무너지는 학교를 보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어떤 말과 글로도 담기 부족한 것 같고, 그렇다고 마음에 담아두자니 그 감정이 너무나도 무겁다.
학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스승이 될 수 있을까? 교권을 침해한 아이들을 징계하면 될까?
사실 이번일을 보면서 교권의 강화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를 줄이는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했고 무작정 구글링을 해보고 재미있는 자료를 찾았다. 2022년 해외교육동향 기획기사 11월호, 주제는 교권보호 제도 및 정책이었다.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에서 교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조사한 자료이다. https://url.kr/oha3we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교권의 침해가 심해져 가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일수록,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수일수록, 특수교육 교사일수록,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학교나 큰 도시 지역의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일수록 교권 침해 비율은 높아진다. 교권 침해에 대한 교사의 대응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보고서에는 영국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 구두 질책, 기대되는 행동에 대한 독촉
-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설명하는 등의 쓰기 과업 부과
- 특권 박탈(포상 등)
- 구금(쉬는 시간/점심시간 또는 방과 후에 남기기): 교사는 학부모의 동의 없이 당일 구금을 포함하여 학생에게 구금을 내릴 권한을 가지며,
식음료 섭취 및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공하고 학교장이 수업시간 이외의 구금에 대해 학생 및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눈 경우에는 통상적인 학교운영시간 이외의
구금도 법적으로 허용됨
- 교실정돈과 같은 교내 봉사활동
- 이른 아침 보고 등과 같은 정기 보고, 예정된 교복검사, 행동 감시를 위한 호출
- 정학
- 최악의 경우 퇴학
우리나라에도 없는 징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시행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제도와 시스템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교육과 사회의 탓도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부모의 눈치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를 보다 보면 신기한 점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의 보고서에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에 대한 내용은 없다. 추가로 검색을 해보니, 많은 나라들에서 학교에 입학할 때 교사와, 학부모가 계약을 한다고 한다. 거기에서 학교 생활에 대한 커다란 원칙이 결정이 되고 학부모의 권한과 의무에 대한 가이드가 공유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회의를 할 때 그라운드룰을 정하고 회의를 하면 갈등 요인이 확연히 줄어든다. 그리고 그라운드룰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라운드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비교적 시시비비는 가려지기 마련이다.
다시 일본 이야기로 돌아가면, 일본도 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담임을 교체해 달라’,‘자리를 바꿔달라 “,”사정이 있으니 학교 행사일정을 바꿔달라 “ 익숙한 패턴의 이야기이다. 그때 일본은 교사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라고 할까? 매뉴얼의 나라답게 보고서를 읽다가 인상적인 학부모 대응 방안이 있어서 보고서의 내용을 공유해 본다. 원본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따라가시면 되겠다.
https://www.mext.go.jp/content/20200630-mxt_syoto02-000006216_01.pdf
———2018년에 배포된 기후현 학부모 대응 방안이다. ——
성의껏 대응하되 사실에 근거하여 대응하고, 관리직에게 신속하게 보고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사회통념상의 규칙과 매너 그리고 법적근거를 고려하여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화가 온 경우 담당을 두고 서로 미루지 말고 진지하게 대응하며 애매모호한 답변은 하지 않고, 학교로 방문을 한 경우에는 방문자 수와 동수 이상의 인원으로 대응하여, 기록, 연락 등의 역할분담을 하며, 학교 내 사람의 출입이 쉬운 장소에서 대응한다.
초기 대응으로는 방문자의 주장을 경청하여 요점을 분명히 파악하여 정확한 기록으로 남기고,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매모호한 답변이나 사죄 등을 성급히 하지 않는다.
방문자와의 면담 시 참석 인원에 따라 좌석배치도 긴장감이나 대립감 완화를 위해 서로의 시선을 정면으로 대하지 않도록 빗겨 앉게 배려한다.
특히 대응이 어려운 요청이나 불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주의해야 할 표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어떤 대응을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에는 성급한 회답을 피하고 ‘사실을 확인해서(학교 내에서 상담을 해서) 다시 답변드릴 테니 연락처를 알려주시겠습니까?’라고 하며, 대응할 수 없는 요청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분명하게 ‘죄송하지만 그런 대응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변한다.
학부모 중에는 ‘성의를 보여라’, ‘책임져라’, ‘무릎을 꿇어라’ 등 부당하거나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러한 요구에는 ‘이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시면 이에 상응하는 곳에 상담을 하겠습니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시한다.
매일같이 개인적인 신세한탄이나 하소연을 장시간 하는 학부모는 형법 130조의 불퇴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음부터 ‘00시부터 수업(회의 등)이 있기 때문에 00시 00분 전에는 끝내겠습니다.’라고 하여 대응시간을 제시하고, 필요 이상으로 대화가 길어질 때도 ‘약속시간이 지났고 00시부터 수업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하고 중단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한다.
간혹 교장 면담을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는데 대응은 원칙적으로 담당자가 하며 ‘말씀하신 내용은 관리자에게 보고할 테니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라고 교장 면담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사죄나 대응을 문서로 요구하는 학부모는 형법 223조의 강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죄문이나 각서 등 서면 작성 요구에는 ‘구두로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라고 하여 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위압적인 태도나 큰 언성으로 화를 내는 학부모는 형법 234조 위력업무방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부모에게는 ‘잘 못 듣거나 대응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의 대화는 녹음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언성을 높이는 학부모에게는 ‘학생이 가다가 들으면 불안할 수도 있으니 차분히 말씀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두 세 차례 조용히 말하도록 주의를 주고 그래도 통하지 않을 경우 대화를 중단하고 돌아가도록 하며 퇴실하지 않으면 관리직 등을 부르거나 경찰에 신고한다.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행위는 폭행죄, 상해죄, 기물파손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폭력 행위나 협박 표현이 있을 때는 이러한 점을 상대에게 분명히 제시한 다음 경찰에 신고한다. 휴가를 내고 왔으니 휴업보상을 하라는 억지 요구를 하는 학부모에게는 바쁜 와중에 학교까지 와줘서 죄송하다는 이해의 마음을 전달하되 학교로서 대응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4페이지의 pdf파일에 담긴 이 내용은 교사와 학교를 위한 매뉴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방문자 수와 동수 이상 / 강압에 의한 사과에 응하지 않는다) 꽤나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2022년까지 개정해서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이 있다. 개인적으로 구체적이라거나 방식과 책임소재가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https://url.kr/ako8d5
현장에서도 잘 활용될진 모르겠다. 매뉴얼에 보면 학부모 교육용 QR코드도 있고 연 1회 이상 교육활동 침해 예방교육을 받게끔 되어 있는데 나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필수는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이미 겪은 나라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잃고 후회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