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까지 하면 그나마 오가던 숨 한 줄기마저 막혀버리잖아
우울이 파도처럼 나를 덮어버리고
무력감에 한없이 가라앉을 때
스치듯이 봤던 한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내가 널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
한 두 번 본 대사가 아니라,
어느 배우가 어떤 드라마에서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자식에게 푸념하는 어떤 엄마 역할의 대사였으리라.
아들인지 딸인지 모를 그 자식은 불효막심한 데다가 목 잡고 뒤로 넘어갈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니 엄마가 한탄을 하면서,
넋두리로 혼잣말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대사가
가장 속상하고 버틸 수 없을 것 같을 때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가슴을 아프게 짓누른다.
떠오르는 대로 한 글자 한 글자가 머릿속을 스치면
목이 메어버린다.
내가 만나는 수많은 아이들은 이렇게 건강한데,
왜 우리 아이는 이렇게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까?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설렘을 주는 하루하루가
우리 아이는 힘겨운 변화로 싸워나가야 하는 도전이 되어야 할까?
온 마음을 다해도,
제자리다 못해 뒷걸음질 쳐버리는 가혹한 현실에
나는 목이 메이고 숨이 막힌다.
숨이 턱턱 막히면,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다.
아니 눈물을 흘릴 여유가 없다.
이렇게 숨 막히는 데 울기까지 하면, 단숨에 바스러질까 봐.
우는 건 사치가 된다.
운다고,
술을 마신다고,
하루 제낀다고,
지금의 현실이 사라질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현실을 마주할 힘만 잃고 한 번 더 굴복할 뿐이다.
그래, 나는 너를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
맞다.
나는 미역국을 먹었다.
너를 잘 키우려고
얼른 힘내려고
빨리 회복하려고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국을 먹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
오늘 다시 힘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