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 사람 Oct 04. 2024

삶이 쉽지가 않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 같은 마음

실타래가 엉킨 적이 여러 번 있다.

제대로 정리를 안 한 탓도 있었지만, 유난히 잘 엉키는 실도 있었다.


더러는 쉽게 풀렸고,

더러는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삶이 녹록지 않음을 다시금 느낄 때

잊고 있던 삶의 난도를 새삼 깨닫는다.

맞다, 삶은 쉽지 않았지.


삶도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일까?

계속 애쓰면

실타래를 결국 풀 수는 있을까.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려 애를 쓸 때 조바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풀려고 애썼지만 엉킨 실뭉치는 더 커져갔다.

괜히 풀려고 애썼나 하는 후회도 있었고, 더 엉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쏟아졌다.


나는 나의 삶에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려 애썼다.

세차게 막 잡아당겨도 보고

부드럽게도 거꾸로 밀어 보기도 하고

또 엉키면 어떠한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엉킨 대로 그냥 그냥 실을 쓰다

툭 하고 또 엉켜지면

이제껏 해온 바느질이 도루묵이 된 것처럼,

내 삶의 노력들이 헛수고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간절함과

우리의 노력이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벽에 턱 하고 부딪힌 기분이 든다.


그렇게 엉킨 실타래를 마주하면

나약한 나 자신을 만난다.


커다란 실뭉치에 아주 작은,

아주 짧은 순간의 엉킴을 갖고

나는 또 넘어지고 쓰러졌구나.


또 일어서고 또 아무 일 없는 듯 살아가겠지만,

오늘의 쓴맛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열한 삶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우는 건 사치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