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상이 매번 감사한 하루
집안일로 번 돈 7천 원을 갖고 호기롭게 동네를 나섰다. 스티커를 사겠다고 문구점에 가겠다는 아이를 뒤따라 나섰다.
팔짱을 끼고 가는 아이는 연신 소리 내어 웃었다. 조금 기이해 보이는 웃음소리였지만, 나는 조용히 하라고 당부하지 않았다. 아이가 기분이 매우 좋다는 표시라는 걸 알았으니까.
스티커북을 사고 주인분께 5천 원을 냈다. 카드가 아닌 현금 내는 건 도움이 필요하지만, 거스름돈 받는 걸 기다린 게 기특했다.
뿌듯한 표정으로 문구사를 나오더니 나에게 뭐라 뭐라고 말했다(아이 발음이 좋지 않아 빈도가 낮거나 정황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말은 단번에 못 알아듣는다). 나는 내 손바닥을 펴서 아이에게 보이니, 아이는 손바닥이 넘치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쓴다.
김.
밥.
"아, 김밥? 김밥 먹고 싶어?"
"네. "
"그래, 사자. 무슨 김밥 살까?"
"김치김밥" (이건 상황을 통해 알아들을 수 있다. 아이가 인생 15년 차에 유일하게 먹게 된 김밥이니까^^)
김밥이 만들어지는 동안 쥐어준 4천 원을 고스란히 잡고 있었다.
한 손에는 포장한 김밥, 다른 한 손에는 스티커북을 들고 크게 웃으며 돌아갔다.
개선장군처럼,
누구랑 먹을지도 생각해 놓았다.
할아버지랑 먹겠단다.
신나서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또 컸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함이 밀려온다.
그나저나 돈 쓰는 재미를 알았으니,
엄마는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