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는 여유를 갖기를 소망한다
아이는 한 시간 한 시간이 다르게 회복했다.
주사바늘을 뽑고는 긁으려는 행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덕분에 우리의 밤은 평화로웠다.
어제 수술이 꽤나 힘들었는지, 아이는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타 미뤘던 온라인 기말고사를 볼 수도 있었다.
잠시 교수님이 들러 소독을 해주실 때, 아이가 버둥대는 과정에서 다리를 다섯 번이나 놓쳐 남편과 나 둘이서 집에서 소독이 가능할지 고민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약간의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잔잔한 물 웅덩이에 커다란 돌이 날아왔다. 그 돌로 인해 웅덩이에 고인 물이 흙이 많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자폐 아이를 키우는 건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아이와 생활하면서 익숙해진 탓에 힘든지도 어려운지도 체감하기 어려워진 일상에
갑작스러운 위기나 도전상황이 생기면 우리의 민낯을 마주한다.
한동안 부정하거나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게 참 낯설고 괴롭다.
2박 3일의 수고로움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어제 오후 때만 해도,
제어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남편과 나는 일주일 더 입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잠잠해졌지만(곧 잠잠해질 테지만)
언제 또 사정없이 흔들릴지 모를 일이다.
그럴 땐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며 지켜보는 여유,
동시에 더 깊은 뿌리를 내딛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일상으로!
조금 더 단단해져서 돌아온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