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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Jan 06. 2024

D+2. 위기가 우리를 흔들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는 여유를 갖기를 소망한다

아이는 한 시간 한 시간이 다르게 회복했다.

주사바늘을 뽑고는 긁으려는 행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덕분에 우리의 밤은 평화로웠다.


어제 수술이 꽤나 힘들었는지, 아이는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타 미뤘던 온라인 기말고사를 볼 수도 있었다.

잠시 교수님이 들러 소독을 해주실 때, 아이가 버둥대는 과정에서 다리를 다섯 번이나 놓쳐 남편과 나 둘이서 집에서 소독이 가능할지 고민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약간의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잔잔한 물 웅덩이에 커다란 돌이 날아왔다. 그 돌로 인해 웅덩이에 고인 물이 흙이 많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자폐 아이를 키우는 건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아이와 생활하면서 익숙해진 탓에 힘든지도 어려운지도 체감하기 어려워진 일상에

갑작스러운 위기나 도전상황이 생기면 우리의 민낯을 마주한다.


한동안 부정하거나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게 참 낯설고 괴롭다.


2박 3일의 수고로움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어제 오후 때만 해도,

제어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남편과 나는 일주일 더 입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잠잠해졌지만(곧 잠잠해질 테지만)

언제 또 사정없이 흔들릴지 모를 일이다.

그럴 땐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며 지켜보는 여유,

동시에 더 깊은 뿌리를 내딛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일상으로!

조금 더 단단해져서 돌아온 일상이다.


저녁을 맞이하는 하늘, 어둠까지 품기에 더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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