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재미의 원천
한국 사람들이 신문을 볼 때면 항상 띠별 운세를 챙겨 보듯이 미국에서는 12개 별자리 운세가 인기다. 하지만 여전히 레오 Leo (사자) 보다는 개띠가 더 친근한 난, 미국에 사는 동안에도 별자리 운세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을 할 때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더니 친구가 나의 별자리 운세를 찾아 보내주었다. 그런데 운세에 쓰인 내용이 친구가 내게 말하는 것처럼 내 상황에 딱 맞는 이야기와 조언을 적어 놓은 것 같아 깜짝 놀랐다.
별자리 운세, 호로스코프 horoscope는 한 사람의 출생순간과 태양, 달, 행성등의 연관성을 가지고 인간의 길흉을 예측하는 점성술이다. 호로스코프(horoscope)는 그리스어로 "시간의 모습"을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조디악 Zodiac 혹은 "동물들의 원"은 태양을 중심선으로 해서 30도씩 위도를 12개의 별자리로 분할한 것을 뜻한다. 12개의 별자리 이름은 다음과 같다. 나는 8월 초에 태어났으니 내 별자리는 "레오, 사자자리"다.
Aries(양자리), Taurus(황소자리), Gemini(쌍둥이자리), Cancer(게자리), Leo(사자자리), Virgo(처녀자리), Libra(천칭자리), Scorpio(전갈자리), Sagittarius(궁수자리), Capricorn(염소자리), Aquarius(물병자리), Pisces(물고기자리)
그 이후에도 친구는 내게 좋은 일이 있든, 걱정이 있든, 나의 호로스코프를 챙겨준다. 이 웹사이트는 어제, 오늘, 내일, 한주, 한 달 그리고 한해의 운명을 볼 수 있고 또 하루 운세뿐만 아니라, 그날의 사랑, 직업, 돈, 건강세션으로 나눠서 하루를 다방면으로 조명해 놓았으니 이 중 한 부분에서 내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 내 친구는 이 웹사이트를 찾았다고 얘기하지만 난 그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나의 상황에 잘 맞는 이야기가 줄줄이 쓰여있다. 한 번은 뭔가에 대한 큰 결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을 하는데 친구가 보내주는 호러스코프에 오늘은 결정을 미루는 게 낫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 오늘은 쉬고 내일 생각하자,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라며 맘 편히 잠자리에 들었던 적도 있다. 가슴을 꾹 누르고 있던 스트레스가 증기처럼 가볍게 사라지는 경험이였다.
운세가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예언적인 의미에서 딱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오늘, 그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친구 정도로, 뭔가 오늘의 이야깃거리로 운세를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운세가 무료한 삶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의사들은 얘기한다.
https://www.horoscope.com/us/index.aspx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나의 내일을 살펴봐 준다는 건 정말 행운 같은 이야기다. 특히 내가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 방향을 잃고 있거나 지쳐 있을 때, 나의 운세를 챙겨 내게 배달해 주는 친구의 따뜻한 배려에 난 항상 감동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호로스코프는 우리 우정을 돈독히 해주는 큰 역할을 한다. 대게 운세라는 게 부정적인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친구가 보내주는 운세를 읽을 때면 하루를 지내는 동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친구와 나 사이, 이 호로스코프는 무해한 재미의 원천이다.
오늘도 친구는 나의 호로스코프를 보내왔다.
내용인즉슨,
"레오, 너 기분이 마치 비디오 게임에 빠져 괴물에게 잡아 먹힐 것 같지 않냐? 오늘 같은 날은 똑같은 게임에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새로운 게임을 해봐! 회사에서 문제야, 아니면 너 자신의 문제야? 편히, 친구 집에 가서 분위기 전환 어때?"
"Aug 18, 2023 - Leo, do you feel like you're in a video game and about to get eaten by a monster? Today you should try a new game - avoiding stress! Whether this concerns your career or personal life, you need to find some neutral territory where you can relax. How about going to a friend's house?"
누가 이 글을 썼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난 이 글 속에서 친구 목소리를 들으며 벌써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