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eam into Action Aug 22. 2023

할머니 둘, 할아버지 둘~

세 살배기 손주에게 할아버지 소개하기

이틀 후면 손주를 만나러 간다. 

23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세 살배기 손주는 내게 전화를 걸어 자기가 이제 엄마랑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잘 수 있다고 꽤나 큰 목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Hami, when you come here, can you stay with me forever? 하미(손주의 발음으로 나름 줄이고 줄여 할머니가 하미가 되었다.), 하미가 여기 오면 나랑 영원히 함께 살 거야?"라고 묻는다. 


이제 말이 트여 이야기도, 상황 설명도 곧잘 하는 손주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펴서 "I have two grandmas, Hami and Nana" 할머니가 둘 있다고 자랑을 하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분명 아빠, 엄마가 설명을 해줬을 텐데, 자기도 모르는 혼동과 불편함이 있어 할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눈치껏 피하는 것 같다. 


손주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사돈인 외할아버지이다. 외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모으기 시작한 나무로 만든 기차, 선로, 기차와 관련된 많은 부속 장난감 세트로 방하나를 박물관처럼 꾸며 놓고 손주를 맞으니 어찌 "Favorite 가장 좋아하는"사람이 되지 않을까...


전화를 끊고 "아, 이제는 친할아버지를 소개해 줄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살 때 아빠를 잃었으니 나의 아들이 재영이에게 친할아버지에 대해 설명을 하는 건 무리였을 거다. 이 세상에서 그 사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니 손주에게 친할아버지 소개는 당연 내 몫이다. 24년 전에 저세상으로 간 남편을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새삼 생겼다. 어떻게 친할아버지를 소개하면 좋을까? 


"재영아, 친할아버지는 재영이가 만날 수없는 곳에 계시지만 재영이가 놀이터에서 놀 때엔 하늘에서 따뜻한 햇살도 보내주시고, 간혹 비가 와서 지렁이가 길가로 나오도록도 해 주시고, 참, 재영이가 눈사람도 만들 수 있도록 지난겨울에 눈이 많이 온 거 기억나지? 할아버지가 재영이 신나게 놀라고 스케줄 딱 맞춰 내려 주신 거야. 재영이 외할아버지처럼 친할아버지도 재영이를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제일 사랑하신단다. 차 타고 갈 때면 항상 따라오는 레이니어 산처럼 친할아버지도 우리 재영이를 곁에서 항상 지켜주신단다. 그래서 재영이한테는 할머니도 두 분, 할아버지도 두 분이 계셔."


"재영이 친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가셨어. 착하고 성실하게 살며 항상 웃는 삶을 선물로 주셨단다. 이 세 가지 선물을 가지고 할머니는 재영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야! "


죽음이 영구적이고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없음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  "Forever, 영원히"라는 단어를 쓰는 손주에게 무슨 말을 해 줄까.... 


"재영아, 할미도 네 곁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고 싶단다. 그리고 항상 네 곁에 너를 사랑하고 돌봐 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약속할게!" 재영이를 꼭 안으며 그리운 그 사람을 손주 눈동자안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 어린 손주의 머릿속 혼동은 다양한 질문으로 내게 돌아올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답을 잘 할 수있도록 준비를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레오나르도 다빈치 -샹보드 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