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화] 칭찬의 기술 Part 1

by 만숑의 직장생활

직장에서 진짜 존재감 있는 사람들, 공통점이 있어.
그냥 일을 잘한다거나, 성격이 좋다거나, 그런 걸로 끝나지 않아. 그들은 상대가 ‘나를 특별하게 본다’고 느끼게 만들지.

그걸 가장 간단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칭찬'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칭찬이 너무 뻔하다는 거야.


어제 아침 회의 때를 한번 떠올려 봐. 이 대리가 기한보다 이틀 먼저 자료를 제출했을 때 네가 한 말 기억나?


“역시 일처리가 빠르시네요. 수고하셨어요.”


그때 이 대리 표정, ‘아... 고맙긴 한데’였지?


그건 칭찬이 너무 담백하고 건강해서 그래. 무염식 같은 거랄까. 몸에는 좋지만 딱히 감흥은 없는 거지. 예를 들어 성실한 사람에게 “항상 꼼꼼하시네요”라고 하면 고맙긴 하겠지만 새로울 게 없어. 그냥 확인이나 피드백에 가까울 뿐이지. “수고했어요”, “잘하셨어요” 같은 말도 마찬가지야. 듣는 순간은 괜찮아도 금방 잊히고 남는 메시지가 없잖아.


반대로, 존재감 있는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칭찬해. 늘 보던 모습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장점을 포착해서 말해 주는 거야.


예를 들어, 늘 차분하던 동료가 회의에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오늘 판단 정말 빠르고 멋졌어요.” 혹은 엄격한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유머를 던졌다면 “그렇게 재치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이런 칭찬이 강한 이유는 세 가지야.


1. 관찰의 힘

평소와 다른 면을 짚어주면 ‘나를 유심히 본다’는 신호가 돼. 관계가 빠르게 깊어져. 그냥 ‘좋은 동료’가 아니라 ‘나를 진짜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거지.


2. 프레임 환기

사람은 스스로의 대표 이미지를 들고 다녀. ‘성실하다’, ‘자유롭다’, ‘꼼꼼하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 장점이지만 동시에 틀이 돼서 피로가 와. 가끔 틀 밖의 나를 언급해 주면 신선한 환기가 돼. 실제로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던가?'하고 돌아보게 된다니까.


3. 희소성의 가치

너 경제학 전공이라서 잘 알 거야. 경제학적으로도, 희소한 건 가치가 크잖아. 이미 많은 장점보다, 잘 안 드러나는 면을 짚어주는 게 체감 가치가 높아. 성실한 사람에게 즉흥성, 즉흥적인 사람에게 치밀함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처럼.


결국 핵심은 ‘내가 갖고 싶었지만 부족했던 모습’을 누가 봐줬다는 느낌이야. 그래서 나는 그들의 칭찬 패턴을 단계로 정리해 봤어. 흐름은 보통 이래.


Step 1. 대표 이미지 파악.

그 사람의 평소 강점을 한 줄로 요약.

Step 2. 은근히 선망하는 모습 찾기.

그 강점과 반대되는 매력 중, 그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하나 선택.

Step 3. 맥락 혹은 근거 붙이기.

오늘 그 사람이 한 행동 중 한 장면을 근거로 삼으라는 뜻이야. 빈말이 아니라 실제 목격한 포인트에서 출발해야 칭찬이 먹힌다는 거지.


Step 4. 단정하지 말고, 부드럽게, 살짝 열어둔 톤으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평소 이미지랑 다른 면”을 칭찬할 때, 그냥 단정적으로 말하면 상대가 불편해져. 그래서 가끔, 왠지, ~같다, ~있겠다 같은 단어를 쓰면, 상대가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Step 5. 후속 질문.

그냥 칭찬만 하면 “아 네...” 하고 끝나기 쉽지. 그런데 칭찬 뒤에 질문이 따라오면, 그 사람이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말로 확정하게 돼. 예를 들어 '오늘 발표 멋지시던데요.'라는 칭찬 다음에 '혹시 연습 같은 거 따로 하세요?'라고 후속 질문을 하는 거지.

아까 이 대리 상황에 적용해 볼까? 이 대리의 평소 대표 이미지는 ‘성실·사숙고’. 은근한 선망은 ‘즉흥·결단’. 맥락은 어제 회의에서 질문을 짧게 끊고 바로 결정한 모습.

이럴 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 대리님은 필요할 땐 속도 올리고 결단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오늘 회의가 딱 그 분위기네요.”

예상 밖 + 상황 맞춤 + 가능성 제안.
이게 사람을 넓혀주는 칭찬이야. 넓어지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 좋아하게 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그걸 만들어준 너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지.


내가 관찰한 직장에서 진짜 존재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그런 식으 얘기하더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3화] 회사 생활도 통역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