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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칭찬의 기술 Part 3 - 마지막

by 만숑의 직장생활

“굳이 칭찬까지 해야 하나요? 그냥 제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네가 한 말, 충분히 이해해. 회사에서 하루 일과만 처리해도 벅차잖아. 보고서 하나 끝내면 바로 회의가 기다리고, 회의 끝나면 또 새로운 업무가 쏟아지고. 그런 상황에서 옆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고 좋은 점을 찾아 칭찬까지 하라는 말이 솔직히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어. 괜히 억지로 좋은 말 꺼내는 것도 어색하고, 자칫 가식처럼 보일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데도 돌이켜보면, 일이라는 건 결국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굴러간 적이 없었잖아. 저번에 이 과장이 네 일정이 꼬였을 때 자기 스케줄을 바꿔주면서 도와줬던 거 기억하지? 그때는 그냥 고마운 배려처럼 느껴졌겠지만, 사실은 그 작은 움직임이 업무 전체 흐름을 살려낸 거였어. 한 사람의 손길이 없었다면 보고서의 완성도도, 계획의 정밀함도 아무 소용이 없었을 거야. 일이 흘러가는 힘은 시스템이나 절차보다 곁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태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결국 일이라는 건 사람을 통해 흐른다는 걸. 그래서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네가 일하는 방식에 스며들고, 조금씩 네 삶의 결까지 바뀌는 거야. 하루하루는 별 차이 없어 보여도, 어떤 눈으로 사람을 대하느냐가 네 태도를 바꾸고, 그 태도가 쌓여 네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꾸지.


물론 이런 변화가 저절로 찾아오진 않아. 그냥 지켜본다고 해서 균형 잡힌 시선이 생기지는 않거든. 주위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게도 유난히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늘 불편한 장면들이야. 김 대리가 발표에서 말이 꼬인다든가, 이 과장이 만든 자료에 작은 오류가 있다든가, 박 차장이 답장이 늦는 순간 같은 거 말이야. 이런 건 쉽게 눈에 밟히고 오래 남아. 반대로 성실함이나 세심함, 배려 같은 건 너무 자연스러워서 배경처럼 흘러가기 쉽거든. 공기처럼 늘 곁에 있으니까 특별한 사건처럼 각인되지 않는 거지. 그래서 의식하지 않으면 좋은 모습은 금세 흘러가고, 불편한 장면만 오래 남아.


그래서 필요한 게 ‘의도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해. 그냥 스쳐가는 순간 속에서 좋은 태도를 붙잡아 내 안에 새기는 습관 말이야. 김 대리는 발표에서 말은 자주 꼬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준비해서 회의실을 세팅하고, 회의 안건을 끝까지 챙겨가는 사람이야. 이 과장은 자료에 가끔 오류가 있어도 동료가 힘들어할 때 가장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잖아. 박 차장은 답장은 늦지만, 막상 메일을 열어보면 항상 정리된 내용과 따뜻한 말이 담겨 있어. 이렇게 바라보면 같은 사람인데도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지.


칭찬은 그 과정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야. 억지로 꾸며내거나 상대를 띄우려는 게 아니라, 내가 본 좋은 점을 확인하면서 내 안에 더 깊이 새겨 넣는 말이지. “차장님, 메일 항상 차분하게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돼요” 하고 한마디 건네는 순간, 그 장면은 내 기억 속에 오래 남고, 내 태도에도 스며들게 돼. 말로 꺼낼 때 비로소 좋은 태도는 선명해지고, 내 관점도 넓어져.


그렇기 때문에, 칭찬은 단순히 남을 위한 기술이 아닌거야. 오히려 누군가의 태도에서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고, 그걸 내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이지. 그렇게 하면서 대방의 성장은 물론이고, 내가 바라보는 세계도 조금씩 넓어지는 거야. 물론 쉽고 자연스럽진 않아.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꾸준히 붙잡아야 하는 습관이기도 해.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네가 보는 사람의 모습이 달라지고, 결국 그 시선이 네 삶의 결까지 바꿔놓게 되는 거야.


어쩌면 회사에서 존재감 있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특별했던 게 아니라, 그런 작은 시선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그리고 언젠가, 그게 너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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