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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l 06. 2023

무해하고 유쾌하게 쇼핑하기

중고 가게에서 좋은 옷 고르는 꿀팁 

올해 초 '2023 목표'를 세울 때 다이어트 보다 더 우선순위였던 '새 옷 사지 않기'를 7개월째 잘 지키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유행에 민감한 편은 아니었지만 보통의 사람처럼 좋아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무료 배송 결제 금액에 꽉꽉 맞춰 옷을 구매했었다.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이 있고 종류와 색깔별로 옷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는 백화점 매장에서의 쇼핑도 누구보다 좋아했었다. 


옷장에 옷은 늘 가득 차 있었기에 새로운 옷이 생겨 넣을 자리가 없을 때면 편해서 자주 입는 옷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잘 안 어울리거나 불편해서 잘 입지 않았던 거의 사용감이 없는 옷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속가능한 소비,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생활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작년부터 옷 쇼핑을 줄이다가 올해에는 새 옷을 사는 쇼핑을 아예 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중고 가게에서만 옷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7개월 동안 새 옷을 사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일하는 곳인 복지관에서 중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그 중고 가게를 마침 내가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넘쳐나는 옷 더미에서 옷을 분류하고 버리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새 옷을 사지 않으려는 마음을 계속 다잡을 수 있었고 사용감이 조금 있더라도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많은 시간과 품을 들이지 않고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 곳에서 옷을 사? 좀 찝찝하지 않아?" 


중고 가게에서 마음에 쏙 드는 가디건을 발견해 입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중고 가게에서 잘 산 것 같다고 자랑하면 전혀 다른 세상 사람처럼 나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 건진 더러운 옷이라고 생각하거나 옷에 귀신이 씌어 저주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 공장에서 각종 화학 섬유로 만들어져 온갖 먼지를 뒤집어썼지만 화려한 조명에 반듯하게 다림질되어 깨끗하다고 착각해 세탁도 하지 않고 입는 옷 보다 여러 번 세탁되어 중고 가게로 와 입기 전에 한번 더 세탁한 옷 중에서 어떤 옷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가? 물건에 귀신이 씌어 안 좋은 일을 겪게 될 수 있다는 미신도 나 스스로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중고가게에서 옷을 몇 번 구매했지만 안 좋은 일은커녕 '내 옷 내놔'하는 악몽도 한 번 꾼 적 없다. 


"어쩜 옷을 그렇게 잘 골라? 전혀 중고 옷 아닌 것 같아." 


매일매일 새 옷을 입지 않는다면 누구나 옷장에 가지고 있는 옷은 모두 중고 옷이다. 다 자기가 한 번씩 입고 세탁한 옷이기에 '새 옷'이라고 볼 수는 없다. 중고 옷이라고 해서 모두 구멍 나서 이상한 천으로 덧대고 얼룩이 있거나 색이 바랜 옷은 아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옷처럼 조금 보풀도 있고, 소매 끝에는 약간의 오염이 있는 보통의 옷과 같은 옷이다. 


해외나 국내에서 누군가가 중고 옷을 소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 죄책 감 없이 의류 수거함에 옷을 마음껏 버리지도 못하고 쓰레기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하루하루 유행은 변해가고 옷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려면 2,7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면화 제배를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의 양은 전 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4%를 차지한다. 옷을 염색하는 데만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사용되며 세계 폐수의 20%가 패션 사업에서 발생한다.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우리는 점점 더 새 옷이라도 질이 좋은 옷을 찾기 힘들어졌다. 바느질 마감이나 원단이 좋지 않아 세탁 한 번 하면 옷이 변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새 옷을 사지 않으면서 중고 가게에서 질 좋은 옷을 골라 오래 입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맞으며 충분히 할 수 있는 쇼핑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동정과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는 나만의 무해하고도 유쾌한 쇼핑 방법이다. 모두 다 다른 디자인, 다른 사이즈의 옷 중에서 내게 꼭 맞는 옷을 발견하면 백화점이나 인터넷 특가로 산 옷 보다 더 마음에 들고 뿌듯하다. 올해까지 새 옷 사지 않기 목표를 무사히 잘 지켜내고 내년에도 그 마음을 잘 이어나가고 싶다. 


 



중고 가게에서 옷을 잘 고르는 방법. 


혹시나 내 글을 읽고 나도 중고가게에서 옷 한번 사볼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두 팔 벌려 환대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꿀팁도 알려주고자 한다. 


첫 번째, 빈티지 온라인 쇼핑몰도 좋지만 동네에 있는 중고가게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상세히 옷 설명이 되어있더라도 내가 직접 보고 만져본 옷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없다. 무턱대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가 실패해 다시 버릴 수 있으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오프라인 중고 가게를 이용하길 바란다. 일반 개인이 운영하는 구제 가게도 좋지만, 복지관이나 자활센터 등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 같은 중고 가게에서 옷을 사면 옷도 사고 내가 산 옷의 수익금이 지역의 복지 사업에 사용될 수 있다.  


두 번째, 옷이 접히고 닿는 부분을 체크하자. 옷의 사용감은 다 천차만별이라 너무 사용감이 많은 옷을 피하고 싶다면 옷이 접히고 닿는 부분을 보면 빠르게 알 수 있다. 바지는 사타구니와 밑단을 확인하고 셔츠는 목 부분과 겨드랑이, 소매 부분을 확인하면 좋다. 옷의 박음질을 보면 그 옷의 질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니 옷 안쪽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고 옷이라고 저렴하게 사서 한철만 입고 버린다는 생각보다는 그중에서도 질 좋은 옷을 골라 오랫동안 입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정 반대 계절의 옷을 먼저 확인할 것.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옷은 대부분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기부하는 옷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 정리하는 시즌에 중고 옷이 많이 들어온다. 계절이 따뜻해지면 지난겨울에 안 입었던 외투나 니트, 두툼한 바지들이 많이 들어오고 반대로 날씨가 추워지면 얇은 블라우스, 여름 원피스, 반바지 등이 많이 들어오게 되어있다. 그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는 때맞춰 중고 가게에 옷을 구입하러 오기 때문에 내가 사려고 하는 계절에 맞는 옷을 살 때에는 이미 괜찮은 옷이 팔렸을 수도 있다. 


중고 가게에서 티셔츠 한 장 구입했을 뿐인데, 오히려 같은 가격으로 새 상품을 사는 것보다 더 질이 좋은 옷을 구입할 확률이 더 높고 그 옷 하나가 버려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내가 2,700리터의 물을 아낀 것 같은 뿌듯함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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