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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l 24. 2023

쓰는 이와 읽는 이

사회사업 글쓰기

청년 주민모임 ‘가꿈’을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개개인의 인터뷰, 활동의 과정에 대한 실천 기록을 쓰기 시작한지 4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인터뷰나 회의, 활동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사진 찍고 메모하며 그 날 나누었던 이야기와 감정을 기록하려고 애썼습니다. 제가 생각한 가치와 처음 의도한 목표에 맞게 활동하고 있는지 정합성을 찾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고 참고했습니다. 가꿈 단원들을 독자로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혹여나 읽는 이에게 상처가 되거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난이나 차별, 혐오의 발언이 있는지 꼼꼼하게 퇴고했습니다. 그렇게 자꾸만 들썩이는 엉덩이와 씨름하며 야금야금 써 온 기록이 A4 용지로 서른 장을 넘겼습니다.


독자를 상상한다는 건 그 글의 목적이 분명해진다는 말입니다. 뜻이 분명하니 풀어내기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독자를 설정하면 말도 조금 더 부드럽고 간결해집니다. 독자를 더 좁게 설정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내 글이 모두에게 잘 보일 수 없습니다. 이 글로 모두에게 사랑 받겠다는 건 욕심입니다. 불가능합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 기다려주는 사람, 그런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 한 사람을 상상합니다. 그를 위해 쓰다보면, 써집니다. (김세진, 「사회사업 글쓰기」, ‘독자를 상상하며 쓰기’ 내용 가운데)


봉사단의 활동은 11월까지 계획되어있어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가꿈을 만들기까지 제가 했었던 노력과 계획, 가꿈의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했던 인터뷰와 기획 회의의 과정, 주민 모임에 참여하는 단원들의 관계를 기록한 실천 기록에서 봤을 때는 활동의 가운데 쯤 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당자 혼자만 기록하고 소유하기 보다는 동료와 단원들에게 공유하고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사업 글쓰기, 끝까지 당사자의 삶이게 하는 일. 나아가 이런 기록은 당사자와 나누기를 제안합니다.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의 삶을 응원하는 존재하면 그 과정 기록을 공유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담담히 기록한 그 이야기를 좋은 때와 장소를 정하여 함께 읽거나 읽어드리거나 전하면 좋겠습니다. 그 글의 주인인 당사자는 지난 삶을 응원 받는 듯하여  힘이 난다고 합니다. 인격적 존재로 인정받았다고 느끼며 고맙다고 합니다. 사회사업가가 생각하는 그 모습처럼 행동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중략) 사회사업가 또한 이런 과정이 자기 실천에 믿음과 확신을 줍니다. 더 정성스럽게 잘 기록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킵니다. 다시 정리하면서 읽어보니, 기록을 나누는 일이 당사자와 인격적, 인간적 만남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록은 당사자에게 보여드리려고 꾸미듯 쓴 게 아닙니다. 사회사업가답게 당사자의 생태․강점․관계에 주목하여 이를 생동하게 도우려는 의도와 적절한 근거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나아가 이런 기록을 당사자와 공유했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마땅한 실천 모습이요, 그에 따른 결과입니다. 이렇게 기록하면 당사자는 버젓해지고 사회사업가는 당당해집니다. (김세진, 「사회사업 글쓰기」, ‘사회사업 글쓰기, 끝까지 당사자의 삶이게 하는 일’ 내용 가운데)


중간 중간 그림이나 사진도 있지만 서른 장이나 되는 긴 글이 단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하는 나와 우리 이야기라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한번쯤 시간을 읽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안한(?)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실천 기록을 전했습니다.


“글, 이제야 찬찬히 읽어봤는데 너무 멋지고 좋다! 뜬금없지만, 아무래도 ‘가꿈’ 같이 하길 잘한 것 같아. 제안해줘서 고마워!”


글을 열심히 읽은 것도 모자라 오타까지 잘 찾아준 하니가 얘기해줬습니다. ‘같이 하길 잘 한 것 같다’라는 말이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나도 방금 막 읽었는데 인터부도 그냥 했던 게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어. 나중에 활동이 끝나고 다시 읽어보면 정말 재밌겠다!”


“맞아! 혜미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써놓은 글을 읽으니까 그 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금방 읽었어! 기록까지 남겨줘서 너무 고마워.”


하니에 이어 이수와 소영이 글을 읽고 가꿈 단체 채팅방에 글을 적어주었습니다.


“글이 따숩고 너그럽다. 파이팅해서 남은 봉사활동도 잘 해보자!”


“나도 글을 보니까 용기내서 함께 활동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글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어.”


다람과 혜진이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가꿈 모임을 신청하고 인터뷰와 회의했던 일, ‘런포더문’ 활동으로 늦은 밤 함께 걸었던 일, 새벽같이 일어나 양파를 다듬고 백숙을 맛있게 먹었던 일이 청년모임의 따뜻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활동이 끝나고 꺼내볼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천 기록을 읽은 단원들의 의견들이 앞으로 11월까지 꾸준하게 기록할 수 있는 힘과 응원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실천 기록 안에 실릴 소감도 잘 써보겠노라고 다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가꿈 단원과 함께 동료와 선배에게도 실천 기록을 공유했습니다. 복지관 지역 조직팀 팀장님과 동료, 과장님에게 실천 기록을 보여드리고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지는 않지만 실천기록 글쓰기의 많은 배움을 주고 계시는 김세진 선생님께도 글을 공유했습니다.


지역사회에 청년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이 생겨나서 복지관 직원의 입장에서나 밀양시민의 입장에서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당면한 개인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넓은 시각으로 지역을 살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훌륭한 생각과 행동으로 활동을 시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역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보다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 함께 할 때 즐거운 일들을 위주로 시작하여 모임에 재미를 더하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던 재미있는 일은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발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지역을 살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복지관 팀장님의 응원 글)  


팀장님께서 실천기록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글을 써주셨습니다. 팀장님의 슈퍼비전 글을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청년모임 가꿈의 방향이 가꿈 안에서 정해지고, 담당자의 욕구보다는 단원들의 욕구로서 활동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응원 글을 적어주신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꾸준히 써 가니 좋아요. 귀한 청년 활동입니다.”


퇴근 무렵 김세진 선생님께도 실천 기록을 공유했습니다. 멀리 계시지만 늘 응원해주셔서 실천 기록을 꾸준히 이어가고, 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엉덩이 붙이고 활동하며 썼던 메모와 사진을 살피고, 관련된 책을 읽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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