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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Nov 27. 2023

가꿈을 가꿈(1)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5월에 기획회의를 갖고 한 달에 한 번 만나 이웃과 마을을 생각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여섯 번의 활동을 마치니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종이비행기를 가꿈, 그림책을 가꿈, 지구를 가꿈, 포카치아를 가꿈, 디지털디톡스를 가꿈. 여러 활동을 ‘가꿈’ 시리즈로 함께 했고 그 동아리를 가꾸는 마지막 활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배움, 그 일을 진행하며 얻은 배움, 그 일로 확인·확신한 것, 깨달은 것을 씁니다. 그 사업으로 확인한 주민이나 마을의 강점을 정리합니다. 소망, 사업을 진행하며 품은 주민과 지역사회의 바람, 그 일을 다시 한다면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구상, 그 일에 이어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을 정리해 씁니다. 감사, 그 일을 이뤄가며 도움 준 이들에 대한 감사, 감사했던 일이나 순간이 있을 겁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한 명 한 명 실명을 언급하며 작성합니다. ‘배움,소망,감사’로 정리한 실리 평가서는 함께 활동했던 주민에게 전해도 좋습니다. 평가회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면 조용한 곳에서 함께 모여 읽습니다. 혹은 편지처럼 주민에게 읽어줍니다. 정겹게 만나온 지난 시간을 배움, 소망, 감사로 정리했습니다. 이는 주민의 삶을 인정하고 세워주는 일입니다. 이후에도 이렇게 어울려 살아가기를 응원 축복하는 뜻으로 다가갈 겁니다. 주민들에게도 사회사업가와 만남으로 어떤 배움이 있었고, 어떤 소망이 생겼으며, 어떤 감사가 있었는지 쓰거나 메모하게 부탁합니다. 그 글도 함께 나눕니다. 함께 활동한 주민이 사회사업가에게 전하는 편지, 이것이 당사나의 평가서입니다. 사회사업가는 이를 평가서에 별첨합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도 정리하여 하여 평가서를 보충합니다. 이렇게 평가하려면 평소 주민들과 이뤄간 일을 정리한 이야기체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체 기록을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김세진,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실리평가 내용 가운데) 


그동안 가꿈 동아리를 하면서 꾸준히 썼던 실천 기록과 매월 단원들에게 받았던 짧은 소감을 바탕으로 평가회를 준비했습니다. 매월 짧은 소감을 썼었던 단원들이라 평가회에 나눌 배움과 소망 그리고 감사도 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고 온라인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기획 형태의 활동 진행 방법과 진행 기간, 진행주기, 전반적인 만족도와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진행 기간과 횟수, 내년도 참여 여부를 묻는 객관적인 질문과 배움, 소망, 감사와 짝을 지어 건네줄 수료증의 내용을 묻는 주관식의 질문을 온라인 설문지로 받았습니다. 


“설문지에 쓸 글이 많아서 괜찮을까 고민했지만, 가꿈의 마무리 활동의 소감을 모으고 설문 조사를 진행할까해. 시간이 좀 걸리는데, 마음먹고 시간이 괜찮을 때 시작해봐. 고맙고 미안해.”


온라인 설문지 링크를 채팅방에 공유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마음이 담긴 글을 모아서 함께 읽고 나누는 평가회의 풍경을 생각하니 설레었습니다. 


“미안한 걸 왜 했어. 흑흑” 


다람이 장난스럽게 툴툴거렸지만 가장 먼저 설문지를 써주었습니다. 


“쓰다가 울 뻔했네.”


송현이 설문지를 다 쓰고 한 얘기에 다들 송현의 소감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단원들이 쓴 설문지를 하나하나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가꿈의 활동을 즐기고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보여 코끝이 찡했습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받은 수료증 원고를 상장 용지에 인쇄해 해당 단원의 사진을 스티커로 꾸몄습니다. 수료증을 받고 즐거워할 단원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느새 가꿈 동아리가 단원들에게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11월 19일, 일요일 오후 4시. 주말이라 조용한 복지관의 회의실에서 평가회를 준비했습니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그래도 연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캐럴도 잔잔하게 틀었습니다. 그동안 활동했던 사진들을 모아 현수막 대신 스크린 화면을 띄웠습니다. 


평가회에 모여 온라인 설문 조사를 요약한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활동의 진행방법이나 진행주기, 담당자 등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객관식 질문의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사실 담당자가 담당자의 활동에 대한 만족도 질문에는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지만, 그래도 모두 만족한다는 의견이 나왔네.”


“아닌데. 이보다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없었는데.”


만족도에 대한 질문의 한계성에 얘기하니 이수가 객관적으로 진지하게 설문이 임했다고 해주었습니다. 



활동의 적정한 진행 주기에는 월 2회가 14.3%(1명), 월 1회가 85.7%(7명)으로 나와 지금 진행하는 주기에 대한 만족도를 알 수 있었으며 활동의 진행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로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동절기와 하절기를 쉰 10개월에 득표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배움과 소망, 감사의 답변을 모았습니다. 배움과 소망은 함께 공유하고, 감사의 답변은 감사를 받은 그 사람의 감사의 글을 모아 편지 봉투에 담아 전달했습니다. 




<배움의 가꿈> 


우리 재밌자고 하는 활동도 봉사활동이 될 수 있다니! (재밌고 그 끝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고 믿어본다.) 봉사활동이 이런 것이었다니! 각기 다른 사람이 모였기에 다양함이 있었다. 작고 재미있는 활동들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


가꿈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 활동은 좋은 것이지만 쉽게 행하긴 어려운 것이라 생각 할 것이다. ‘가꿈’을 통해서 봉사 활동이 즐겁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말 그대로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 배울 수도 있었지만 봉사활동이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자그마한 행동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함께하는 즐거움과 그 소중함을 배우게 해준 시간이었다. 타인을 도우는 것도 큰 봉사지만 프로그램을 하면서 나 스스로를 가장 많이 돌볼 수 있고 행복하게 해준 것 같아 나 또한 봉사를 받은 기분이었다.


함께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즐겁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매 활동을 하면서 "이걸 나 혼자서 했다면 할 수 있었을까?","친구들이랑 함께하니 이런 것도 해보네.","다 같이해서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늘 하였다. 나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편인데 가꿈 활동을 통해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을 체득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은 큰마음을 먹고 어떠한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서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가꿈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작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껴서 뿌듯했다.


매 달 다른 주제로 가까운 이웃을 만나며 주변을 돌아보고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주변에 무해하면서도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친구들 덕에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나눔의 기쁨을 배웠다.


이웃과 마을을 위해 하는 활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혼자 하기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는 글을 보고 가꿈의 단원에게 이웃과 친구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는 씨앗이 된 것 같았습니다.  




<소망의 가꿈>


몇 년 만에 하는 봉사활동은 너무 달랐다. 늘 약자에게 봉사해야 하는 그런 활동이 아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현실에 치여 가꿈 활동을 성실하게 하진 못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기 봉사에 대한 소망이 있다!


또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 또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소망 또 나도 기획해 보고 싶다는 소망. 


언제 다시 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내어 의미 있는 일들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이제 밀양에 있진 않지만 삶은 기니까, 가꿈 중년버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작은 일상들에 쫓기다보면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종종 놓치곤 한다. 가꿈에서의 활동을 통해 내 삶의 목표 중 하나인 "혼자만이 아닌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일조하기"를 실천할 수 있었다. 함께해서 행복했던 순간들, 나의 행복을 넘어 타인의 행복을 위해 행하였을 때 느꼈던 따뜻함이 오래오래 마음속에 남아있길 소망한다. 이 온기가 내가 힘든 순간에 힘이 되고 또, 주변에 따뜻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평소 제빵에 대해 막연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느꼈고 기회는 없었다. 다람선생님의 제빵 수업을 통해서 제빵도 해보고 나눔의 즐거움도 느꼈다. 너무 좋아서 이후에 제빵을 배우러 몇 번 갔었고 직접 만든 빵을 주변에 나눴을 때 행복과 기쁨이 너무 컸다.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면 계속 배워서 오븐을 장만하고 더 큰 나눔을 해보고 싶다! 다음에 가꿈을 한다면, 배움과 나눔을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가까운 주변을 가꾸는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더 나아가 조금 더 먼 이웃과 우리가 좋아하는 지역을 더 적극적으로 가꿔보고 싶다. 친구들을 모아 길거리 공연을 여는 등 가꿈을 좀 더 먼 곳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올해 진행했던 것 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기획을 하지 못한 단원들은 내년에 적극적으로 직접 활동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었고 누군가는 가꿈의 활동을 계기로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가꿈의 단원에서 확장되어 청년들을 모아 또래를 넘어 더 먼 곳으로 활동을 넓혀나가고 싶은 포부를 밝힌 단원도 있었습니다. 가꿈 동아리의 활동에 진심으로 임했고 나아가 마을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더 생겼다는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일곱 명 전원이 내년도 가꿈 동아리 활동에 활동한다는 답을 해 주었습니다. 결혼과 이직으로 이사를 간 단원이 있었는데도 모두 시간을 내어 하고 싶은 때에 활동을 하겠다고 해주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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