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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리에 앉는다는

by 해피엔딩

“자기 자리에 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올해 들어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4학년 아이들은 어느새 자기들끼리 자리를 바꾸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친구 옆에 앉고 싶어서,
누군가는 창가가 좋아서,
또 누군가는 그저 기분이 그래서 옮긴다.


그럴 때면 나는 묻는다.
“재경아, 꼭 자리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있니?”
대부분은 없다 한다.
그저 잠시 마음이 움직였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덧붙인다.
“자기 자리에 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자리를 옮기면,
다른 사람도 옮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자리를 바꿔야 한다면,
먼저 친구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면 된다.
이해하고 이해받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아이들에게 하는 이 말은 단순한 규칙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리’는 단지 의자 하나의 위치가 아니라,
관계의 질서이자 신뢰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비슷한 일이 집에서도 있었다.

아내가 내 책상을 정리해두었다.
“그냥 깔끔하게 보이길래 가볍게 해본 건데,
당신이 허락받지 않았다고 느낄 줄은 몰랐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해준 마음은 분명 선의였다.
하지만 그 선의도,
상대가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실례가 될 수 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결국 관계는 ‘의도’보다 ‘이해’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기 자리에 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건 단지 의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마음과 자리를 존중하는 연습이며,
이해하고 이해받는 삶을 배우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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