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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해석학

by 해피엔딩

하루 동안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한 작은 일이 있었다.
사람 사이의 감정은 늘 그 자체로 명확하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같은 사건이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생각이 다르면
전혀 다른 감정이 만들어진다.


나는 선의로 행동했다.
그러나 그 행동은 누군가에겐 불쾌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내가 건넨 의도와 상대가 느낀 반응이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
그 간극 속에서 한 가지 사실이 선명해졌다.


감정은 사건이 아니라, 해석의 산물이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행동을 그렇게 해석한 나의 마음’이
그 불편함을 만든다.


사건은 외부에서 일어나지만,
감정은 언제나 내 안에서 생겨난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타인의 오해 앞에서도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상대의 해석이 다를 뿐,
그 안에 반드시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사과의 말을 남겼다.
진심을 담되, 설득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의 방향이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그 일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가르쳐준 경험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해석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
그 렌즈를 잠시 내려놓을 때,
비로소 관계는 회복되고,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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