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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 하고 싶습니다

거절에도 온기가 있다

by 해피엔딩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뿌듯했다.
오후에 함께 운동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나는 잠시 혼자 있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오늘은 안 갈게요.”라고 말했다. 너무 단호했는지 옆에 있던 동료가 “좀 단호한 거 아니에요?” 하며 웃었다.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제안해준 마음이 고마워서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즐겁게 다녀오세요.”라고 덧붙였다. 내 뜻은 분명히 하되, 관계의 온도는 차갑지 않게 남겨두고 싶었다.


잠시 뒤 다른 사람이 물었다.
“오늘은 왜 운동 안 해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오늘은 안 하고 싶어요.”

그 한마디가 참 편안했다.
설명도, 미안함도 필요 없었다.
내 마음의 자리를 스스로 지킨 느낌이었다.


퇴근길, 아내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정을 조금 조정하려고 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괜히 이유를 돌려 말했을 일을 이번엔 담담하게 설명했단다. 상대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럴 수도 있지요.” 하며 받아들였고, 아내는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숨기거나 꾸밀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좋았다.
떳떳하니 편안했고, 편안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결국 우리가 걸어가는 방향은 이쪽인 것 같다.
마음이 편해지는 길.
그 길에서 단호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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