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이해의 경계에서
관계의 무게를 결정짓는 건 종종 ‘약속’이다.
지키느냐, 잊느냐.
그 단순한 차이가 한 사람의 신뢰를 갈라놓는다.
나는 늘 약속을 기억하려 한다.
작은 말 한마디라도 메모하고, 다음에 다시 확인한다.
그건 예의이자, 책임이고, 나의 습관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때그때의 흐름에 맡기고,
또 어떤 사람은 지나간 일을 굳이 붙잡지 않는다.
이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진심을 다했는데,
상대는 왜 그렇게 가볍게 여길까.
그때마다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그게 당신의 한계지.”
이 문장은 냉소가 아니라 인정이다.
사람마다 인식의 폭과 정성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문장이다.
내가 뛰는 거리와 당신이 뛸 수 있는 거리는
처음부터 같을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
그래서 나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남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그게 당신의 한계지.”
이 두 문장은 서로를 향한 용서다.
나의 불만을 잠재우고, 타인의 미숙함을 품어주는 균형의 언어다.
결국 인간관계란
‘서로의 한계를 알아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 한계를 미워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