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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Nov 24. 2023

이래저래 난감한 놈이다

나무인간 67

이래저래 난감한 놈이다. 상업적인 글도 못 쓰고, 아니 쓰기 싫고 돈 버는 재주도 없고 자본주의를 혐오하면서 그것에 기생하길 꺼리지 않고, 해가 지면 주변에 푼돈을 구걸해 술 살 요령만 부린다. 창작한다면서 게으르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데 잘난 척하고,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이번 달 카드값을 다 내지 못해 월요일이면 채권추심에 들어갈 거라는 경고 문자를 받았다. 그는 뾰족한 수가 없어 칼바람에 시린 손을 주머니에 욱여넣는다. 또 겨울이라고, 겨울이면 기획서도 내고 글도 써야 한다고 고집부려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예전만큼 스스로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 어차피 병원 갈 돈도 없는데 잘된 일이다. 술을 며칠 끊었다 다시 마시니 그 사이 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인지, 소화도 안되고 위경련 증세가 생겼다. 전에 탄 내과약 중 근접한 약효가 있을 법한 알약 두 알을 삼키고 찬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그는 올해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적 기회들과 희망찬 기대를 잠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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