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간 66
향기 없는 연애
오늘 제주도 사는 친구에게 대학 다닐 때 함께 타원 글쓰기수업 들으며 쓴 단편소설 PDF를 받았다. 과제였지만 생에 첫 단편. 그에게 무척 반갑고 감사했다. 파일을 열었다. 제목이 ‘향기 없는 연애'... 흠, 귀가 달아올랐다. 읽었다. 2분 안 걸렸다. 연애소설도 못 되는 싸이월드 일기 수준. 그 통속과 유치에 웃음이 흘렀다. 나는 나의 20대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그것은, 그것은 소설이 아니었다. 청춘일기. 그곳엔 해묵은 나의 사랑이 숨 쉬고 있었다. 무턱대고 프린터를 랩톱에 연결했지만, 나는 그들을 종이로 남겨선 안 된다는 것을 곧장 깨달았다. 그것들을 끄집어낼 용기조차 가져선 안된다는 것도. 불러선 안될 이름이 있다. 나는 부끄럽고 겸손한 자세로 그 흉터 위를 소리 없이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