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바다가 스스로 갈라지며 드러나는 길. 그 길 끝에는 충남 서산의 간월암이 있다.
평소엔 물에 잠긴 섬이지만 썰물 때면 사람을 맞이하는 신비로운 장소. 고려 말 무학대사가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전해지는 곳으로, 이름도 ‘달을 보다’는 뜻의 간월(看月)에서 유래했다.
이곳의 매력은 단지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길은 마치 자연이 짠 시간표처럼 정확하고, 이를 건너는 경험은 짧지만 묵직하다.
바닷길이 열리는 동안만 머물 수 있기에 여행자들은 그 제한 속에서 오히려 평온을 느낀다.
암자 앞마당엔 200년 넘은 사철나무가 묵묵히 서 있다. 세월의 결이 켜켜이 쌓인 그 모습은 간월암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시간이 머무는 공간’임을 증명한다.
간월도 주변엔 조개구이집이 즐비해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단, 길이 열리는 시간을 놓치면 암자에 닿을 수 없으니 물때 확인은 필수다.
화려함 대신 고요와 사색으로 채워진 간월암. 바다가 허락한 순간에만 걸을 수 있는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은 잊고 있던 자신과 마주한다. 한국에도 이런 풍경이 있었다니, 새삼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