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끝, 속리산은 말을 거두고 고요로 자신을 드러낸다. 나뭇잎이 떨어진 숲길 위로 발자국 소리만 또렷이 남을 때, 비로소 겨울 속리산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이 산은 눈이 내리면 장대한 뼈대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문장대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은 자연의 근육처럼 돋아난다.
신라의 학자 최치원이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난다”고 했던 말은 이 계절에 더욱 실감 난다.
이 고요 속을 잇는 세조길은 왕이 요양을 위해 걸었던 길. 권력의 정점에서도 치유를 찾아 나섰던 왕처럼, 오늘의 여행자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법주사에서 복천암까지 이어지는 3.2km 구간은 겨울에도 안전하고, 일부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됐다.
눈 덮인 길 위로 ‘뽀드득’ 발소리가 리듬이 되고, 소나무 사이로 바람의 숨결이 퍼진다.
빠르게 걷기보다는, 천천히 멈추며 생각이 길어지는 길.
속리산 법주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오리숲길과 복천암, 비로산장을 잇는 하루 산책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돌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