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걷는 시간, 속리산 세조길의 겨울

by 발품뉴스

12월의 끝, 속리산은 말을 거두고 고요로 자신을 드러낸다. 나뭇잎이 떨어진 숲길 위로 발자국 소리만 또렷이 남을 때, 비로소 겨울 속리산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이 산은 눈이 내리면 장대한 뼈대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문장대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은 자연의 근육처럼 돋아난다.

batch_unknown_2_공공3유형.jpg 출처: 보은군 (속리산 세조길)

신라의 학자 최치원이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난다”고 했던 말은 이 계절에 더욱 실감 난다.


이 고요 속을 잇는 세조길은 왕이 요양을 위해 걸었던 길. 권력의 정점에서도 치유를 찾아 나섰던 왕처럼, 오늘의 여행자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법주사에서 복천암까지 이어지는 3.2km 구간은 겨울에도 안전하고, 일부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됐다.

batch_unknown_6_공공3유형.jpg 출처: 보은군 (속리산 세조길)

눈 덮인 길 위로 ‘뽀드득’ 발소리가 리듬이 되고, 소나무 사이로 바람의 숨결이 퍼진다.


빠르게 걷기보다는, 천천히 멈추며 생각이 길어지는 길.


속리산 법주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오리숲길과 복천암, 비로산장을 잇는 하루 산책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돌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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