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가르쳐준 용기
상하이에서 15년을 살면서 한 번도 운전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 때 한국에 8개월 머무는 동안 면허를 땄다. 그제야 나는 내가 운전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사는 곳은 파리처럼 큰 도시가 아니다. 버스도 여름에만 다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여기서는 운전이 필수다. 한 번은 동네에서 유명한 빵집에 가겠다고 걸어서 갔는데,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억지로라도 운전을 해야만 했다.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브레이크를 밟으니 남편이 말했다.
"브레이크 잡으면 사고 나! 밟지 마!"
그 말을 듣는 순간, 브레이크를 놓고 내려가는 길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반대편 차선의 차가 내 쪽으로 돌진할 것 같았고, 그 두려움에 남편의 잔소리까지 겹쳐 운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혹시라도 내가 느려서 뒤차가 답답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앞차가 아니라 내 차가 가는 도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저 "나는 무사히 도착할 거야"라고 되뇌었다. 반대편 차와 부딪힐 확률은 거의 없다고 수없이 스스로를 설득했고, 답답한 뒤차들은 나를 추월해 갔다. 그러니 답답해하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
쫄지 말자!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인생도 운전과 참 닮아 있다는 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핸들을 잡은 내 마음가짐이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뒤로하고 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결국 그 선택은 나에게 달려 있다.
운전을 통해 내 프랑스 생활에 조금 더 활기가 더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