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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지 Sep 03. 2023

파란 하늘만큼이나

보고 싶다

며칠 만에 우편함을 열어봅니다.

 상점에서 보내온  광고지들과  공과금영수증들로  우편물이 가득합니다.

우편함은 늘 아이들이 챙겨 왔었죠.

학교에서 도착하는 안내문이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을 기다리며 수시로 두 아이가 확인한 덕분에 내가 우편물관리를 할 일이 없었습니다.

늘 그렇듯 탁자 위에 우편물들을 올려놓고는 늦은 오후 외출을 합니다.

하늘이 파랗습니다.

오후면 아이들을 차로 데리러 학교로 달려가거나 작은아이가 플루트와 피아노레슨을 하는 동안 밖을 서성이며 파란 하늘을 보던 어제의 내가 그립습니다.

두 아이를 번갈아 데리러 가느라 시간에 쫓기며 운전하던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 시간인지 이제야 알게 됩니다.

아침을 먹으며 저녁메뉴를 묻는 아들의 식사준비가 버겁던 그 짧은 순간들이 미안해집니다.

학교에 멀리 보내놓고 매일아침 기도를 하고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내가 늘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 그것 또한 잘 챙겨 먹는 것입니다.

나는 밥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밥이었고 그건 늘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었죠.

아이들은 멀리서 엄마의 밥이 없는 곳에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그리운 것도 많은데 잘 지내주고 있습니다.

고마운 큰아이에게  공부하랴 밥 해서 챙겨 먹느라 힘들지 물으면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힘들지 않고 재미있어요".입니다.

아들이 직접만든 점심


엄마가 해주는 우엉조림도 없고 멸치볶음도 없는 아들의 저녁상이 허전해 보이는 건 그저 엄마의 걱정 어린 마음인 거죠.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둘째 아이는 이렇게 사진을 보내옵니다.

둘째가 학교기숙사에서 먹는점심

영양적으로 절대 떨어지지 않을 이 식사는 아이에겐 엄마밥의 그리움이 듬뿍 묻은 점심이겠죠.

"야채가 많아서 다행이다".

"잘 챙겨 먹고 있구나". 답장을 해줍니다.

몇 달 뒤 잠시 집에 올 때는 아침은 궁중떡볶이, 점심은 짜장떡볶이, 저녁은 로제떡볶이 하루종일 떡볶이로 다해준다고 약속해 봅니다.

아이들과 다녔던 익숙한 길을지나 어린 날의 어린 엄마였던 나를 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들이 너무나 쉽게 지나가고 각오하지 못한 허전함으로 힘들어하는 이 시간들이 낯설기만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와 보니  던져놓은 우편물사이 아들의 편지가 있습니다.

아들이 보내온 다정한 손편지

꾹 참았던 눈물이 납니다.

너희들이 보고 싶어.

파란 하늘만큼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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