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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지 Oct 03. 2023

가을

대추는 사랑을 싣고

가을이 왔습니다.

한국마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대추를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마당에는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추석 무렵이면 가지마다 작은 대추들이 주렁주렁 달리고 아버지가 긴 작대기로 가지를 내리치면 햇살에 반짝이며 떨어진 대추를  우리들은 옷바구니를 만들어 한 움큼씩 주워 나르던 기억이 납니다.

눈을 감으면 젊은 아버지가 크고 든든한 모습으로 서있는 그림자가 보입니다.

어린 날의 우리들이 깔깔 웃으며 대추를 주워 계단을 뛰어올라 엄마 앞으로 가서 옷바구니를 펼치며 자랑하듯 쏟아내던 기억.

웃으시던 엄마의 젊은 모습도 보입니다.

옷에 쓱쓱 문질러 한입 베어 물면 달큼하고 고소하기까지 했던 어린 날의 그 대추를 몇 년째 찾아다녔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가을엔 한국에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대추는 늘 그리웠습니다.

몇 년 만에 11월 무렵 한국에 갔을 때 올해 생대추는 끝났어요 하는 마트아주머니의 말씀은 닿을 수 없는 추억 속의 아련함을 아쉬움으로 남겼었지요.


한국 마트에서 어린 시절 추석의 기억을 담은 대추를 사서 돌아가는 길은 추억을 떠올리며 설렘 가득 사랑을 싣고 집으로 향해갑니다.

내려쬐는 햇살과 조금은 쌀쌀한 날씨가 그날의 추억 속으로 나를 데려갑니다.

젊은 날의 아버지가, 고운 여자로의 어머니가, 아무 걱정 없던 어렸던 우리들이 주인공이었던 그날이 대추하나로 펼쳐지고 어린 시절 그 동네로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하나하나 아름다운 기억이 모여 내가 되었습니다.

따듯한 마음한구석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주시고 보살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가을이 오고 대추가 나올 때면 미국산 통통한  대추를 한입 깨물고 어린 시절 속으로 추억여행을 합니다.

그 시절의 그 맛은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맛있는 미국에서 만날 수 있는 대추를 내년가을에도 기다리겠습니다.

나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계시는 부모님을 떠올리면서  어린 날의 달콤했던  기억으로 행복해지는  화창한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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