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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체육대회

2024.05.10. 금

     

진한 청색 해경 제복, 붉은 해병대, 얼룩이 예비군.

영국의 축구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조끼들. 

LA다저스를 포함한 야구팀.

왜 한국팀은 없을까?

카타르 항공사, 포카리 스웨트 선전 문구 티셔츠. 

흰 태권도 도복까지.

무슨 옷 전시회 같다.

반티를 할 것인가?

한다면 어떤 디자인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회의를 거쳤을 것이다.

반에 색깔을 입히고, 하나로 묶는 여정. 

담임 선생님도 같이 입어야 하니, 조금은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무난했으면 좋겠다는 압력도 들어갔을 법도 한데.

튀는 반은 선생님의 취향도 자유로운 영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교문에 붙은 현수막에 ‘반티값은 해야지, 힘껏! 즐겨라!!’라고 쓰여 있다.

우리는 막았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낭비고,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도 있을 것이라는 평등사상.

환경의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

늦더라도 손잡고 함께 가자,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며 맘껏 펼쳐 보자 사이.     

경기종목은 오전에 태풍의 눈, 한마음 파도타기, 단체줄넘기, 줄다리기까지 모두 단체게임.

오후에는 8명 이어달리기.


점심시간에 후문 앞 지도였는데, 밖으로 나가려는 녀석 하나 없다.

모두 하나 된 축제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첫째로 운동장이 좁다.

반별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종목을 할 공간이 없다.

또 축구 전용 구장에서 경기를 보듯이 생생하게 선수들의 표정을 볼 수가 있다.

같은 학원, 동아리, 아파트 주민, 초등학교라는 인연을 따라 응원하고 응원받는 분위기.

둘째로 남녀가 섞여 있다.

공부가 좀 떨어졌던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넘어지고 깨지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불태우고 있다.

운동장에서 죽을 각오다.

셋째로 담임과 함께 움직인다.

모든 경기의 심판은 비담임으로 구성했다.

같은 반티를 입은 담임이 자신들을 응원하고 함께 기뻐하고 또 아쉬워하는 하나 됨의 경험.

살레시오의 자랑 사제동행이라는 정신이 여기에서도 굳건하게 뿌리내려 있다.     

까불이 6반이 우승한 것은 내 짬밥 그릇의 예감이었고, 순둥이 4반이 3등 한 것은 전혀 예상 밖이다.

3학년 붉은색 해병대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완벽한 1등을 했다는 것을 아이들이 확인했다.

다음 해에는 무조건 해병대로 하겠단다. 

썩 좋은 것은 아니나, 하나로 뭉치고 기선을 제안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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