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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버티기

2024.05.16. 목

    

쌀쌀하다, 하늘은 푸르고 높다.

두툼한 바람막이를 하나 더 입고 나선다.

강원도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한다.

차가운 바람에 혼나보지 않았으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확실히 북방의 날씨는 내가 살던 따뜻한 남쪽보다 매섭다.    

 

5교시 중 4시간 수업을 한다는 것은 나에겐 조금 무리다.

아이들의 상태를 자세히 보고, 수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적절한 이야기를 투입하여 분위기를 휘어잡고 가야 하는데.

몸이 쳐지니 아이들이 내 눈치를 본다.

까불이들이 입을 닫고, 무거운 머리를 책상에 부리는 녀석들도 있다.

더군다나 쉬는 날 다음은 서로 버티는 것이다,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보건실 선생님이 출장을 가시면서, 학생부에서 긴급 처치를 받으라고 안내했단다. 

종이에 베였다며, 검지에 피를 달고 온 아이.

소독약을 뿌리고, 후시딘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준다.

인공눈물을 달라는 아이, 약통을 아무리 뒤져도 그런 것은 없다.

빈혈증세가 있어 어지럽다는 아이는 철분제를 내놓으란다. 

보건실도 무지하게 바쁘겠구나, 어디 하나라도 한가한 곳은 없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이야기를 펴놓고 꾸벅거리고 있다.

집중해서 보아도 알아먹기 힘든 내용인데, 통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내일은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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