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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오아쿠아 Jan 13. 2024

보온도시락

추억소환

보온 도시락을 샀다.

추운 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밥내음과 함께 열리는 반찬통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먹던 그 옛날의 점심시간이 생각났다.


지금 세대들은 모르는 야자타임에 먹는 저녁도 우리는 도시락을 먹었다.


엄마는 없는 형편에도 나에게 그 당시 최고의 컴펙트한 디자인과 우수성을 자랑했던 코끼리 보온도시락통을 힘들게 사서 도시락을 싸주셨다.

예쁜 퀼팅 도시락 가방도 친구들에겐 부러움의 감성소품이었던 것이다.


도시락 가방을 열고 꺼낸 보온 도시락 통은 베이비핑크의 동글동글 귀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친구들은  탄성을 질렀다.


그 순간 으쓱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안다. 엄마가 나에게 매일 두 번씩 싸주었던 선물임을

보온 도시락에 엄마의 고단함과  인내와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던 것을 안다.


30여 년 전에는 국과 반찬과 쌀밥만 담겨있는 줄 알았다. 보온 도시락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사춘기인 딸아이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궁금해 물어보어도 대답을 듣기가 쉽지 않다.


아이에게 나는 묵언수행을 하기로 했다.

다만 무엇이든 나의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내가 찾은 사랑의 전달법은 보온 도시락에 매일 점심을 위해 싸주는 도시락이다.


엄마가 나를 위해 샀던 보온 도시락처럼 나도 값비싸고 디자인이 컴펙트 하고 크림베이지칼라의 보온 도시락을 인터넷 서치를 하고 구매했다.


지금 몰라도 된다.

점심시간에 따뜻한 밥과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순간을 맛보면 된다.

나의 엄마도 그랬을 거다.

그 시절과 다르게 지금은 학교에서 급식이 있지만 한두 명 정도 도시락을 가져간다.

아주 가끔씩 싸주었던 날 아이는 급식보다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도시락 전달법이  이제야 생각나는 것은 관계에 대한 결핍이 생기면서 고민하다 보니 떠올랐다.


맨 아랫칸에 국통 가운데에 밥통과 맨 위에 반찬통을 차례차례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는 동안 행복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규칙적인 행위이며 수백 가지의 맛을 조용히 전해줄 수 있는 사랑일 것이다.


수년 뒤 딸아이와 나눌 이야깃거리가 조금 더 풍족해질 것이다.


내가 하고 싶고 전할 얘기를 도시락에 하나씩 말대신 사랑반찬을 맛있게 싸기로 마음먹었다.


 

독일에서 지낼때 싸주었던 칸칸이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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