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고 말씀드렸다. 절차대로 규정대로 진행되면 될 일이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현재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청문회에서 던진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권남용이 또 사단을 낳았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 하자면 대통령이란 분이 앞을 보는 안목이 부족한 것인지, 검찰이라는 서열문화에 익숙해 대통령이란 직분을 잊고 사시는건 아닌지 ..
몇 년전 적극 지지하고 윤석열을 선택한 본인으로서 '대통령 왜 또그려셨을까, '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대통령 격노가 불러온 이번 사건을 슬라보예 지젝의 철학으로 이야기 하면 슬라보예 지젝은 현대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라캉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는 이러한 말로 정치적인 전체주의의 병리적인 현상을 설명한다.
진정한 스탈린주의 정치가는 인류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끔찍한 정화(숙청)와 집행(학살)을 수행한다. 그의 마음은 그 일을 하면서도 찢어지는 듯이 아프다. 그렇지만 그는 그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일이 인류의 진보를 향한 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책임이 없다.
그는 단지 ‘역사적 필연성’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형적인 도착증 환자의 태도이다.
도착증의 전형적인 태도는 자신을 ‘큰 타자의 도구로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가에게는 ‘국민의 뜻’, 기업가에게는 ‘소비자의 욕구’, 일신교도들에게는 ‘신의 뜻’, 민족주의자에게는 ‘민족의 사명’, 관료에게는 ‘조직의 명령’ 등이 그것이다. 자신을 ‘큰 타자의 뜻’을 성취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을 저지르면서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도착증에 전형적인 부인에 해당한다
순조롭게 조사가 진행되던 ‘해병대원 순직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로 인해 사건이 은폐, 축소, 왜곡되는 조직의 명령을 낳았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계환 , 임성근, 이종섭, 유재은, 대통령 비서실은 자신들이 일을 저지르고 이를 알면서도 그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것이다.
그들은 단지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성취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그들 나름대로는 나라와 조직에 충성했을 뿐이다.
빨간색 해병대 티쪼가리가 뭐라고 구명장비하나 걸치지 않고 실종수색을 벌이다 급류에 휩쓸려간 젊고 안타깝고 아까운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