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건 Sep 24. 2015

[일상] 재택근무

  IT업에 종사하다보니 많은 IT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하게 된다.  스타트업부터 시작해서 나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IBM같은 회사까지.  얼마전부터 많은 기업에서 창의력 높은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많은 연구 논문이 창의력과 일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 창의력을 위하여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언제나 그러하듯 이쯤에서 결론부터 말하겠다.  재택근무는 인간이 누리기에는 너무나 허점이 많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허나 최소한 인간이 기업의 목적이 목표 달성에 의한 금전적인 이득에 있다면 불가능하다 본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더욱 더 불가능 하리라 본다.  이유를 설명하겠다.


  첫째로, 인간은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가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를 한 경험쯤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있다.  어느 한 시점을 콕 찝어서 보자.  구간이 아닌 한 점을 보자.  그 시점에 동시에 두 가지에 집중 하였냐라고 묻는다면 난 절대로 인생에 단 한번도 없다.  책에 집중해서 그 장면들을 상상하며, 책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하고 있노라면 음악은 들리지 않는다.  또는 음악에 집중하여 가사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책을 읽던 것은 순간 정지 상태가 된다.  유명한 영화음악을 기억하는가? 그 음악은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지 기억하는가? 순간 몰입을 하게 되는 액션신이 벌어지는 중간에 흘러 나오지 않는다.  조용한. 한적한. 뇌 에너지를 시각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흘러 나온다.  지나간 장면들을 이해하려 뇌가 노력하지 않는시점에 흘러 나온다.  집에서 어떤 일에 집중하는데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무시할 자신이 있지 않다면, 혹은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대 또한 우리와 같이 평범한 집중력을 지닌, 집중의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일 뿐이다.


  둘째로, 도덕성과 욕심을 컨트롤 하기 어렵다.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사실을 믿는다.  허나, 인간의 욕심은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성과 욕심 사이에서 인간은 많은 갈등을 하며 살아가며, 재택근무에서는 도덕성과 욕심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다.  오늘까지 해야 할 일을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며 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였으나 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혹은 오늘까지 해야 하는 일을 가족 소풍을 다녀오느라 못하고, 정말 열심히 하였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너무 쉬운 일이다.  도덕성과 욕심을 잘 컨트롤하는 사람은 많으나, 컨트롤 하지 못하는 사람 또한 너무 많다.


  셋째로, 배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IT업에 종사하여서 그럴까.  배움에 끝이 없음을 이미 받아 들이고 있다.  책에서 배우는 내용보다 선배나 경험에서 오는 배움이 더 크다는 것 또한 충분히 느끼고 있다.(이 글을 빌어 항상 많은 배움 주시는 선배님께 감사 드립니다.)  하지만 이런 배움에 둔해진다.  더 큰 위험은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수도 있다.  멍하니 회사만 다니다가도 무엇인가를 공부하는 동료들을 보면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게된다.  높은 직급임에도 배움이 없는 윗분들의 삶을 눈으로 보고 느낀다.  그러면서 배움에 대한 잠들었던 욕구는 다시 살아나고 공부를 하고 다시 잠들고 그 반복이다.  또한 내가 배우려는 것들 이미 앞서서 배운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얼마전 후배가 나에게 질문 하였다.  뭔가를 배우고 싶은데 뭐부터 해볼까요?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주변에 존경할만한 분을 찾아서 그분의 경험을 배워라. 프로그래밍 한줄 배우지 말고, 그 분이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배우고 과정을 배워라.  책으로 배우지 못할 것들을 먼저 배워라.  그러다보면 뭐를 공부해야 할지는 보일것 같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으로 IT를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달 전쯤에 회사 선배와 나눈 이야기로 마무리 하겠다.  회사에서 재택근무 도입을 위한 시험케이스로 뽑혀서 재택근무를 했던 선배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출근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 좋았던것 같아요.  회사 시간과 동일하게 9시부터 책상에 앉아서 일을 했고 6시까지 일을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컴퓨터를 켜놓고 씻으러 가기 시작했고, 라면 물을 올려놓고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1주일이 지난뒤의 모습은 8시 50분에 일어나서 컴텨를 키고 일을 하고, 4시 정도까지 일을 한 후에 빈둥거리다가, 6시부터 하는 모든 TV프로를 보았어요.  사람들과 어떤 기술에 대하여 토론을 하는 일도 없었고,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의사 결정은 나 없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다만 결과에 따른 할 일만이 나에게 던져졌어요.  그래서 자처해서 재택근무를 포기하고 회사로 출근했어요.  이렇게 사는건 아닌것 같아서요"

작가의 이전글 [일상] 선택과 결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