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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pathy Mar 31. 2024

에너지와 역사

에너지가 바꾼 세상을 읽고

최근 AI와 관련해서 에너지 부족 문제를 언급하는 정보들을 많이 접했다. AI의 발전을 지탱하는 인프라는 반도체, 데이터, 모델이지만 이보다 더 밑을 받치고 있는 것이 바로 에너지라고 생각해서 관련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깊은 과학적인 지식을 다루는 책은 아니고 문명의 발전과 에너지를 대입해보면서 어떻게 문명이 발전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해나가는 것이 좋을지를 다룬 책이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1704794



총평


인간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량을 매우 늘려왔다. 1차 에너지 혁명이 된 불은 '요리'라는 형태로 음식의 저작 시간을 줄여서 식사에 할애한 시간을 옷을 짜거나 도구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를 통해 다른 종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었다.


두번째인 농경 생활로의 이행은 잉여 식량의 창출로 식량 생산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켰으며, 3번째인 증기기관의 발명은 노동력과 이동의 시간을 단축시켰고 4차 에너지 혁명인 전기 이용은 거리라는 한계를 없앴다. 그동안 에너지는 발생한 곳에서 바로 사용해야했다면, 전기는 전선을 통해 이동 가능하게 만들어서 이 전선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5차 에너지 혁명인 인공 비료의 발명은 자연이 정한 질소 공급의 한계를 깨트려서 사람들을 농업에서 해방시키고 다른 산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IT)


이렇게 인류의 발전사를 정리해보면 인류의 역사는 '시간을 단축하는 일', '시간의 빨리 감기'에 가치를 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가치 판단 기준이 얼마나 두뇌에 편중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늘 육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최대의 성과를 얻고자 한다. 인류는 앞으로도 어떠한 Cost를 줄이기 위해서 발전할 것이다.(이러한 내용은 빌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하게 언급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책에서 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앞으로의 에너지 발전방향? 인간의 발전방향도 이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이제 어떠한 시간을 줄이려 할까? 육체적 노동을 줄였다면 지식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까? 그것은 결국 AI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을 줄이는 발전은 "에너지"의 혁신이 동반되었을 때 함께 일어난다. 


지식 노동 외에도 인간의 모든 일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을 로봇이 대체하게 된다면 인류는 어떤 것에 집중하게 될까? 이에 대한 힌트는 로마 제국에서 얻을 수 있다. 농업시대에서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비옥한 땅을 만들거나, 비옥한 땅을 가진 주변 나라를 침탈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침탈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침탈당한 나라의 주민들은 모두 노예가 되어 침탈국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었다. 노동을 할 필요가 없게 된 상위 계층은 그 때부터 다양한 인문학, 과학, 예술, 유흥(entertainment)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해당 학문이 발전했다.


현재 우리는 다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에너지 발전 방식은 많은 열과 탄소 배출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AGI가 완성되더라도 이 AGI의 크기는 현재의 몇십배는 될 것이고 이를 전세계의 인구가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새로운 에너지가 등장했을 때에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었던 부분


1. 생각보다 많은 기술적 발전의 계기는 우연한 발견, 수많은 시도였다. 그동안은 소수의 천재에 의해서 이런 아이디어가 촉발되었지만 앞으로는 AI를 통해 수없이 많은 Iteration이 가능해지면 더 빠르게 에너지, 화학물질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젠슨황이 코딩이 아닌 이제 바이오를 배울 때이다.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2. 책에서 핵융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의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반응을 통해 일어나는데 핵융합은 반대 과정이다보니 기존의 발전 방식이 가진 과제를 모두 해결해준다고 한다. 운전으로 발생하는 고수준의 방사성 폐기물이 없고 연쇄 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반응이 즉각 멈춘다. 반응 과정에서 방출되는 중성자로 노벽이 방사성을 띠지만, 저수준의 방사성 폐기물이기 때문에 100년 정도 보관하면 무해하다고 예상된다고 한다. 다만 장점이 큰만큼 가장 큰과제는 핵융합로 설계를 하는게 가장 어려운데, 사실 핵융합 반응은 태양에서 이루어지는 반응이므로 핵융합로는 쉽게 말해 지상에 태양을 재현하는 시도다. 

또한 이 에너지원 자체가 바닷속에 풍부하게 함유된 중수소 계열의 물질이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챗GPT를 훈련하면서 발생한 탄소는 약 500t인데 자동차 110대가 1년 동안 배출한 양과 비슷하다. 각기 다른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자체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샘 올트먼은 헬리온 에너지라는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3. 에너지는 기술 혁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일취월장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탓에 어떤 문제든 마지막에는 기술 혁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착각한다. 그러나 에너지의 세계는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결국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정의해야한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목표인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인지)



4. 책에서 윈스터처칠의 명언으로 성장은 모든 모순을 덮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책 내용과는 별개로 스타트업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아서 적어두었다. 성장하게 되면 조직문화든, 마케팅 비용이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이 멈춘 순간, 모든 것이 모순으로 보이게 되고, 실제로 모순인 것들이 많이 보이게 된다는 의미. 현재 AGI를 만들기 위해서 빅테크,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비용과 환경파괴를 일으키며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모델의 성능의 성장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것들이 크게 문제는 안된다. 이러한 성장이 멈추고 AGI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모든게 다 기회비용, 환경오염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이산화탄소를 그저 악으로만 보는 시각은 문제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면 온실 효과가 심해진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탄소 순환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로 우리 생물 활동의 근간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구와 같은 엄청나게 큰 환경에서는 단순히 이산화탄소만을 줄이는게 실질적으로 지구 전체에 유의미한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세계 경제가 거의 마비 상태였던 2020년 4월 초순의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치는 전년 하루 평균 대비 17% 감소했다.(코로나 시절) 이는 전례없던 감소량으로 하루 배출량으로는 2006년 당시 수준으로 감소한 계산이다. 하지만 파리 협정 목표치인 2도를 달성하려면 2006년 수치의 3분의 1정도로 억제해야한다. 즉 경제 활동이 다 멈춘 코로나 시절보다도 3분의 1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행동을 전세계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다른 기술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의 총량은 일반적으로 인류가 현재 상용하는 에너지의 1만 배를 넘는다고 알려져있다. 따라서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인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을 대량 도입해서 태양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

-> 물론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는 지표면을 데우고 대류를 일으키며 물을 순환시켜 지역 곳곳에 특징적인 기후와 지형을 만들뿐 아니라 지구 생물이 살기 위한 에너지까지 공급하기에 이 모든 것을 가져와서 사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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