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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 딜러 그리고 힐러

딜량 중심의 세상에서 힐러가 주목받는 사회로..

by 버터멜론


당신은 업무할 때 탱커입니까, 딜러입니까, 힐러입니까?

위 질문은 게임회사에서 수많은 면접을 진행하며, 나름대로 지원자 분들에게 게임회사만의 특별한 면접 경험을 드리고자(동시에 지원자의 업무 역량과 성향을 찾아내고자) 던졌던 질문입니다.


※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탱/딜/힐은 팀플레이에서 캐릭터가 맡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탱커는 높은 체력으로 팀을 대신해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딜러는 그 틈을 이용해 적의 체력을 줄이는 데 집중하며, 힐러는 떨어진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켜 전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Overwatch-2-Reinhardt-Shielding-Team-On-Forward-Push.jpg 라인하르트(탱커)는 적의 공격을 막아줍니다. / 출처: 오버워치2


지금 함께하는 조직 안에서도, 탱딜힐 조합이 잘 어우러진 프로젝트 성과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꿋꿋이 이끌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되어주는 탱커, 누구보다 빠르게 방향을 잡고 퀄리티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딜러, 그리고 주변의 긴장을 풀고 팀원 개개인의 컨디션을 살피며 전체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힐러까지 각자의 시너지를 통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는걸 실제로도 자주 목격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 리더십 측면에서 탱킹/딜링/힐링 역량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봐온 수많은 리더들을 떠올려 볼 때, 딜을 잘 넣는 탱커 혹은 탱을 잘하는 딜러형 리더가 유독 많이 스쳐갔습니다. 기업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탱/딜 중심 리더가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딜러의 역량은 언제나 핵심적인 가치일 것이고, 목표에 다가가는 탱커는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건 크게 변함이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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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AI 도구들이 점점 더 보편화되며 개인이 낼 수 있는 업무의 퍼포먼스, 즉 ‘딜량’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걸 느낍니다. 이제는 AI를 잘만 활용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딜러로서의 두각은 점점 더 돋보이기 힘들어지고, 그렇다 보니 웬만큼 뛰어나지 않고서야 '딜' 중심으로 리더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반대로, 조직의 정서적 안정감을 만들고 팀원들의 컨디션을 살피며, 건강한 협업 구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해줄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힐러로서의 감각이 더 주목 받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요. 이제야 진정 '균형있는 리더십'의 시대가 다가오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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