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고 싶은 걸 해내는 비법

초등학생들의 대화

by 김혜진



아직은 패딩을 챙겨 입어야 하는 2월의 끝 자락. 남자아이 둘이서 나름 진지하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재민아, 넌 꿈이 뭐야?"


"꿈? 난 없는데."


"어린이가 꿈을 가져야지. 그래야 하고 싶은 거 하지."


"형은 꿈 있어?"


"어. 있지."


"뭐?"


"전철 기관사야. 전철 성우도 할 거고. 버스 회사 사장님도 될 거고. 형은 버스랑 전철을 좋아하거든."


"난 좋아하는 거 킥보드 타는 건데.... 뭐 하지..."


"형이 알려줘? 아이들 신나게 해주는 장난감 만드는 거 어때?"


"...... 근데 난 타는 게 좋아."





평일 저녁식사 전, 할 일을 모두 마친 아이가 심심하다며 친구랑 같이 놀아도 되는지 물어왔어요. 한두 시간 정도는 괜찮을 듯해서 '그러렴.' 했죠. 친구 집에 초인종 누르고 직접 묻겠다며, 영하 9도의 날씨에 잠바하나 걸치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더군요. 나간 지 20여 분 만에 돌아왔지만 혼자네요. '친구들 집에 없었어?' 물으니, 집집마다 벨을 눌렀고 '같이 놀아도 돼요?'를 묻고 또 물었지만 지금은 공부 중이라서 어렵다는 말과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아쉬운기색을 내 비칩니다. 아직은 찬바람 탓에 양 볼과 귀가 빨갛네요.


친구랑 놀고 싶은 데만 연신 반복하기에,

'같은 동 형아들은? 아니면 동생들은 지금 집에 있으려나?' 하고 넌지시 알아들을 만한 질문을 던졌어요.


아하! 외치더니 금세 얼굴이 밝아집니다. 그러더니 "내가 내려가서 물어볼게!" 하며 순식간에 뒤돌아 나가네요. 얼마쯤 지나 돌아와서는 "10분 후에 한 명 올 거야 엄마. 괜찮지?" 합니다. 삼십 여 분을 친구 찾아 헤맸고, 친구 대신 한 살 아래 동생을 찾아 집에 초대한 아들입니다.


제법 형님처럼 말하면서, 동생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책 속 내용 한 구절이 떠올랐어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유일한 차이를 녹여낸 책 그랜트 카돈의 <10배의 법칙>인데요. 책의 저자인 카돈이 말하길,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는 것은 성공의 첫걸음이며 목표가 분명할수록 길은 더욱 선명해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0배의 법칙스러운 아들의 행동이 순간 겹치더군요. '누군가와 같이 놀테다'라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목표였을 테고. 집집마다 다니며 거절을 당하더라도 결국은 직접 찾아낸 '성공'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맛본 것은 아닐까 싶었어요. 설마 이런 심오한 생각까지 하며 친구를 찾아 나섰겠나 싶지만 '성공과 실패'를 무의식적으로 체득할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만큼 동생에게 묻고 대답해 가며 이야기하는 대화도 제법 흥미로와서 귀 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이 쉽고도 어려운 한 마디. 원하는 것을 찾고 하고 싶은 것을 아는 사람이 되어 바라는 목표 분명히 하여 결국엔 해내는 사람이 되기를 하는 바람도 들었습니다.


아이들 노는 모습 하나에도 수 십 가지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나도 엄마인가 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긍정 마인드를 갖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