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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여정 Apr 02. 2024

4월의 어느 날...



엄마 안녕

나야 엄마딸.



엄마도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이 있었고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엄마만의 꿈도 있었겠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절들이 있었고

꿈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찬란했던 날들이 있었겠지.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는데...

부모의 보호 아래 천방지축 말괄량이처럼 철없이 지냈을 그 유년의 날들.

철이 채 들기도 전에 엄마는 그렇게 엄마가 되어 버렸지.


꿈과 맞바꾼 나를,

엄마는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였지.


몰랐었어.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


언제나 나는 내가 먼저였고 내 인생이 먼저였어.


엄마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먼저 둔 적이 없는데,

나는 나밖에 몰랐어.


내 몸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 인생살이라 여기며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을 의무감 정도로만 생각했어.


내 나이대의 다른 사람보다는

그럼에도 내가 더 철이 들었다고 으스대며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 잘난 척을 떨며 우쭐거렸어.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정말 어떤 게 소중한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을 다 통달했다는 듯

나는 아는 체를 하며 엄마를 가르치려 했어.


미안해, 엄마.

나는 너무 오만불손했고

너무나도 이기적인 딸이었어.


엄마는 자식 잘 키워 내면,

그래도 자식들이 엄마 고생한 거 알아줄 거라 생각했을 거야.


엄마의 꿈은 그 하나였어.

자식들 잘 된 모습 바라보는 거.


자식 성공시켜서 부귀영화를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식 둘 건강히 잘 키워내고

자기 앞가림하며 인생 잘 살아가는 모습.

그거 하나 소망하며 자식만을 위해 살아낸 인생이었지.


반평생을 오롯이 혼자서 살아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의지할 사람도, 상의할 친구도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내하면서

고집 센 독불장군의 모습으로 홀로 달렸지.


그런 엄마에게 나는

세상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느냐고 핀잔을 줬어.


나 또한 그렇게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내고 있지도 못하면서

엄마를 못마땅해하며 엄마의 인생을 손가락질하며

탓하고 원망했어.


미안해, 엄마. 

너무 많이, 미안해.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다정한 딸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자식 둘을 다 장성시켰음에도

엄마는 여전히 철저하게 혼자였어.


얼마나 허무했을까.

얼마나 허망했을까.


엄마를 정말 많이 원망했었어.

엄마를 정말 많이 미워했었어.


미워할 자격 따위 내게 없는데.

감사한 마음으로도 부족한 엄마의 인생을

내가 감히 무시했었어.


내가 미쳤었나 봐.

내가 정말 돌았었나 봐.


.

.

.


지금 내 나이대의 엄마 모습이 기억나.


그 시절의 엄마는

너무나 예뻤고 너무나 밝았어.


세상의 전부가 엄마였던 그 시절의 나는

오매불망 엄마만을 기다리며 착한 아이로 자라겠다고 다짐했었지.


나는 어쩌다 이렇게 못된 딸로 성장했을까.


그 누구보다 엄마를 가장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는 나인데,

나는 어째서 엄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안달을 냈을까.


소중한 건 항상 너무 늦게 깨달아 후회만이 남는다고 했던가.


내 모든 걸 다 걸고라도

나는 엄마를 지켜낼 거야.


엄마를 지켜내기에

나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가난한 인간이지만 

나는 늘 그래왔듯 이 고비를 잘 넘기고 다시 일어날 거야.


내 삶은 언제나 고난의 연속이었고

단 한 번도 평탄한 길을 걸은 적이 없었어.

나는 언제라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날 각오가 되어 있어.


그러니 엄마

부디 힘을 내줘.


끝까지 버텨야 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면 안 돼.


그러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어.


하늘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 하였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켜낼 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믿어.


그러니 엄마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면 안 돼.


우리 꼭 다시 만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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