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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여정 Apr 01. 2024

하늘이시여...




아직은 보낼 준비가 안돼서 그래요.

.

.

.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있는 그녀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두 눈을 꿈뻑꿈뻑거리며 이쪽저쪽을 응시하는

그녀의 초점 없는 눈동자에 애써 내 눈을 마주쳐 보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자신의 이름도

자식의 얼굴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산소호흡기를 떼면,

자가호흡은 아마 어려울 거라고 해요.


그녀로부터, 아프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며칠 전만 해도 꽤 좋은 컨디션임을 확인했기에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엄마가 아프다고 전화할 때마다

나의 모든 일상을 내팽개지고 달려갈 수는 없다고.

스스로 몸을 제발 좀 챙겨달라고.


햇수로 벌써 3년이 되었으니

나는 나대로 지친 게 사실이에요.


이러다 내가 먼저 잘못되겠다,는 오버스러운 생각으로 나쁜 생각을 잠깐이나마 하기도 했어요.


그런 내가 어떻게 그녀를 보낼 수가 있겠어요.


그녀는 참 억척스러운 인생을 살았어요.

세상 모든 일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참 많은 일을 해냈어요.


자식 둘을 키워 내느라,

여자임을 포기하고 엄마로서의 삶만을 살았습니다.


자신은 가난하지만

자식한테까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아서

참으로 악착같이 돈을 좇으며 살아냈어요.


어느덧 자식 둘은 장성하였으나  가난하게 살아요.

한 달 일해서 번 돈으로, 한 달을 살아내는 식의

한달살이 인생을 사는 중이에요.


자신의 전부였던 자식이지만

이제는 자식이 자신 혼자서 컸다는 식으로

그녀를 무시 아닌 무시하며 외면을 하네요.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괘씸했을까요.

서운했을까요.

서러웠을까요.


자식을 잘 키워내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그녀는

지금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자신의 전부였던 자식을 일아보지도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그녀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도저히 보낼 자신이 없습니다.

쌓여만 가는 병원비를 충당해 낼 능력도 없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요.


그녀에게 드릴 것은 없지만

한 번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다고

너무 사랑한다고.


그녀의 맑은 두 눈을 마주하며

꼭 말하고 싶어요.


아직은 그녀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녀를 지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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