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여정 Apr 01. 2024

자기 연민




삶이 너무 버겁고 힘에 부쳐서

그만 할까, 그만 살까, 싶은 순간이 와요.


그 순간, 가족이라는 존재가

족쇄가 되어 내 발목을 죄고 나를 붙잡아요.

도망치고 싶고 벗어나고 싶고 사라져 버리고 싶은데

내 몸이고 내 삶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눈물을 참고 참다가

기어이 터져나오는 눈물을 

성당에 가서 몰래 울고 나오는 거예요.


지키고 싶은데 놓고 싶기도 해요.

놓고 싶다가도 지키고 싶어져요.

이 두 마음이 계속해서 충돌을 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겠는 순간이 오면,

비겁하지만 도망치고 싶어져요.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포기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다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그만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피해자로 둔갑되는 거예요.


그리고는 나를 원망하고 나를 비난하며

내가 나를 괴롭혀요.


종내에는 내가 너무 가엾어서

울고 또 울고 울기만 해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다면 이 상황을 잘 이겨내야 겠죠?

하지만 이겨낼 자신이 도무지 없어요.


그저 내가 가엾고 또 가여워서

그저 눈물만 나네요



작가의 이전글 Happy birthday to 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