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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l 14. 2024

두 번째 수업(나는 배우다 4)

버스 타고 랄랄라

버스다. 관광버스!





이 얼마나 오랜만의 관광 그리고 버스냐.

버스 그 뭐라고 타면 되지만, 이제 아이들도 제법 커서 혼자 일박이든 일주일박이든 할 수 있지만, 관성이라는 게 잘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아이를 (밀착 케어로) 키우는 엄마인 것만 같다. 재워주고 먹여주고 화장실 처리도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둘째 샤워는 가끔 도와주고 화장실 뒷일도 가끔 그러지만...)

실은 엄마 없는 시간을 더 즐기며 홀가분해하는 나이가 되었고 되어가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골목 여행 같은, 친숙함이 있는 곳 다니길 좋아한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 이국적인 사람들에게서 강렬하며 신선한 자극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곳에서 찾게 될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보다 느끼게 될 두려움과 불안이 기대보다 먼저 떠오른다. (잘 알고 가면 될 텐데….)


가까운 곳 친숙한 곳 익숙한 곳에서의 작은 다름, 사소한 자극을 느끼고 즐기는 게 좋다. 그런 연유로 버스 타는 여행(?)이 즐겁다.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서 타는 버스가 아니라 집에서 나가 바로 탈 수 있는 교통수단. 동네를 옮겨 다니기에 용이한 버스. 항상 다니는 마트 슈퍼가 있는 곳이 아니라 잘 가지 않는 동네도 눈으로 좇을 수 있고 궁금하면 내려서 자유로이 다닐 방법으로의, 자전거 정도의 이동 수단인 버스가 좋다.


그런 버스를 '나는 배우다.' 수업 답사차 타게 되었다. 두 번째 수업은 우리가 하게 될 연극의 소재가 된 곳 답사다. 자기 소개하기와 몸풀기가 1회 수업이었다면 2회는 의식 고취.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하려는 연극을 알면 반 이상은 성공(?) 아니겠는가. 연극이야 발연기가 되든 산으로 가든 중요한 게 아닐지도?


지난번 박물관 답사 때 (앞 좌석과 너무 붙어 있어 한 공간에 있다는 실감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던) 버스와 달리 무척 컸다. 의자를 뒤로 넘겨도 뒷좌석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크고 넓고 새 좌석인 관광버스. 좋았다. 버스가 좋으니 다 좋았다. 가는 길도 갈 길도.

아, 버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큰 한 방이 이건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편안히 고생하지 않고 있어도 구경을 시켜준다는 것. 새로운 곳을 보게 해 주어 "어?"하며 무의식에 숨겨 놓았던 기억으로 가는 길도우미. 잊고 살던 추억을 꽁다리 잡고 끄집어내도록 해준다는 것. 저 벽돌! 예전 89년도 학원 친구 집 가는 길에 떨어져 있던…. 저 골목 색깔은 95년 12월의 겨울방학 때….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도구로 말이다.


버스가 대기할 곳은 경남 예술회관. 매번 엉뚱한 짓이나 하는 나라서 여러 번 보고 확인도 한 길이다. 길 한쪽에 차를 세운다. 주차장을 둘러보며 일행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또 행간에 나만 모르는 힌트를 넣어놓았나 다시 문자를 확인한다. 날짜도 맞고 시간도, 장소도 맞는데…. 당황 중이던 그때 검은 무리의 사람이 보인다. 맞은편이다. 모이기로 한 곳이 여기가 아닌가? 따질 것도 없이 남강이 흐르는 맞은편 길 쪽으로 건너간다. 마이크까지 차고 답사 안내자로 변신한 배우님, 최 선생님이 보인다. 어쨌든 다행이다. 다음에는 더 자세히 확인(경도와 위도를 확인해서 정확한 좌표를 찍고)하고 움직여 본다면 차~~~ 암 좋겠다 생각만 한다.


다 왔나? 누가 누가 왔나…. 두리번두리번 낯은 익었지만, 낯선 사람들 속, 그녀를 찾는다. 첫 수업에서 차분한 내향인(내 취향) 옆자리 친구를 찾는다. 으응? 없다? 힝…. 지난 수업. 연극을 해야 한다니 당황스럽다며 말한 그녀지만 하려는 마음이 있어 보였는데…. 편하게 안 오기로 마음을 먹었나 보다. 아쉽다. 또 혼자 무소의 뿔처럼 독고다이 해야 하나보다. 출석 표에 이름을 쓰고 물과 과자가 든 봉지를 받아 든다. 들고 다니기에 무거운데, 안 주셔도 될 것 같다면서 어쨌든 공짜는 땡 큐니까 챙겨 넣는다.


그런데 여기에 모인 이유가 뭘까? 생각하며 하이에나 걸음을 옮기니 뭔가 우뚝 솟은 탑 같은 게 보인다. 어?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형평운동 기념탑인가?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아…. 말로만 듣던 게 여기 있었구나. 역시 보이지 않으니, 금광이 눈앞에 있어도 보질 못하는 거였구나. 애랑 수업차, 산책하려 자주 왔던 곳인데. 알면 보이는 것들에 감탄하며 설명 들을 준비를 한다.

그때, 언제 왔는지 그녀가 누군가와 얘기 중이다. 오훗 왔구나. 다행이다. 근데 아는 사람이 많다? 와우~ 내향인이지만 인싸거나 마당발인지 모르겠다. 틈에 끼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한 몸짓, 알은 체를 한다.


이제 아는 사람도 있겠다, 뻘쭘한 걸음은 면했으니 신나게 답사에 동참할 의지가 생긴다.

자 대절 버스 타고 형평운동 속으로 출발해 볼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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