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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d Aug 07. 2023

지금에 머물게 하는 틈

톰이 사는 세상

톰의 이야기


톰이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겪고 있는 상황이나 사건에 맞는 방으로 계속하여 이동하는 식이다.


어떤 생각에 빠져있다면

그 생각이 배경이 되는 방에 있고


어떤 상황에 놓인다면

그 상황이 주제인 방에 있다.


감정이나 기분도 마찬가지이다.


이 방들은 마치 각각의 테마를 지닌 잘 꾸며진 파티룸 같아 보이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이라면,

방의 벽지부터가 어둡고 칙칙한 색상이며

각종 소품등도 이를 반영한 듯

'우울'이란 측면에서 하나의 큰 조화를 이룬다.


즉 톰이 사는 세상은

일생을 각 주제에 맞게 잘 꾸며놓은 테마파크를 돌아다님과 같다.


방과 방사이에 물리적인 이동은 불가하다.

이 방에는 따로 들어오고 나가는 문이 없기 때문이다.


방사이의 이동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우울한 기분의 방에 있다면

기분이 바뀌면 된다.

뭘 어떻게 할 것 없이 기분이 바뀌었다면

즉시 눈 한번 깜박이고 다시 눈을 뜨면

새로운 기분에 맞는 새로운 방에 와있는 식이다.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이 세계에

톰이 의문을 품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방과 방사이를 이동하던 중

직전에 있던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며

다시 뜨는 찰나의 순간


새로운 공간이 보이기 전 뭔가 하얗고 거대한 공간을 본듯했다.  

너무나 짧은 찰나였고 완전히 눈을 뜨게 되었을 때

새로운 방에 있어서

톰은 처음에 잘 못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그 공간은 톰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왜냐하면 톰이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방으로 이루어져 있어 구분이 명확하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톰이 본 공간은 구분이 없었다.

톰은 도대체 그 공간은 뭐였을까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보니 톰은 그 공간을 상징하는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물론 이 방은 그 공간을 상징할 뿐

실로 그 공간과는 달랐다.


그리고 난생처음 톰은

이 방 너머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평생을 거쳐온 방이 곧 세계이고

자신이 특별히 많이 마주했던 방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온 톰이다.


그런 그가

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 방들 사이로 무언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기억에 남은 그 공간에 사로잡힌 지 한 달여 되는 날


오전에 황당한 상황에 놓여 있던 그는

꽤 오랜 시간 그 상황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이제는 희미해진 거대한 공간을 떠올렸고

그다음 눈을 깜빡인 순간


그는 말 그대로 그곳에 있게 되었다.

그곳은 정말이지 톰이 난생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형형색색의 주제들에 맞게 꾸며진 방에서 볼 수 없었던

흰 백의 광활한 공간


심지어 끝이 보이지도 않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넓디 넓은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그 어떤 요소도 없었지만

톰은 이상하리만큼 마음속의 평화를 느꼈다.


실로 기분이 좋은 방에 있을 때보다

흥분한 방에 있을 때보다

그 어느 방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평화로움이었다.


처음 겪는 광경과 느껴지는 것들에 취해있던 그는

이윽고 '이게 뭐지?' '여긴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이어 기존에 익숙한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금 본인이 알던 익숙한 방의 세계로 돌아온 그였지만

톰은 분명히 아주 확고히 방 너머의 공간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비로소 톰의 알아차림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에 머물게 하는 틈


우리는 흔히 시간을 나누어 생각합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세 단계로 나누지만

각 단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마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보단

과거 또는 미래에 영향받으며 살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과거나 미래 역시 현재 곧 '지금'일 뿐입니다.

과거도 당시에는 '지금'이었고

미래도 언젠가 '지금'이 될 테니까요


모든 순간이 지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을

"현재 내 앞에 벌어진 일, 사건, 상황"

"지금 하고 있는 생각"

"현재 나의 감정, 기분"

등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이는 결국 시간의 순서만 다를 뿐,

과거와 미래 속에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떠한 사건, 상황, 생각, 감정등이 아닙니다.

자세히 표현하자면 그것들을 지켜보는 의식,

그 모든 것들이 벌어지는 공간과 같은 곳입니다.


저는 처음에 마음공부를 할 당시 이 개념이 도통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 거의 모든 인생을 나라고 생각해 온 모든 것이 내가 아님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에 따라

큰 정체성의 혼란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듯한 느낌

또는 나에 대한 그 어떤 통제권을 놓아버림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이 또한 에고(ego)의 동일화임을.


다시 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통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명상을 주로 해보았습니다

명상은 확실히 효과가 있지만

명상이라는 행위를 하는 동안만 그럴 뿐

다시 일상생활 중에는 평소대로 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저는

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내용물이 있는 생각이나 어떤 사건등 사이의 틈만을 보았으나,

나아가는 현재 느끼고 있는 기분이나 감정에도 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과 생각사이의,

감정과 기분 너머의,

일어나는 사건, 일, 상황 사이의,


아주 작은 틈이라도 좋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여러분을 그것은 마치 "동기화해제" 버튼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당신이 빠져있는 생각에, 감정에, 사건에 동기화를 해제하고

즉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우리 모두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작동합니다.

일어나는 일 > 생각 >  감정

그리고 이것이 조건화되어 무의식적으로

같은 상황에 같은 반응을 하게 되고

어느새 그것은 한 개인의 특성 또는 성격으로 불리게 되죠


하지만 여러분이 그 틈을 활용할 줄 안다면

마치 양면재킷처럼 언제든 색을 바꿔 입으면 되는 겁니다.


속 시끄러운 생각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다가도

즉시 고요한 평화 속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마치 노이즈캔슬링기능이 있는 이어폰을 끼고 벗을 때처럼 요


기억하세요

모든 것의 시작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이 내가 아님을 알아차림에서부터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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