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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d Aug 18. 2023

시끄러운 놈과 조용한 놈

생각과 감정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매년 새로운 학년이 되어

새로운 반과 새로운 친구들로 바뀜에도

신기하게 매번 공통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반에 꼭 한 명씩 있는 분위기 메이커

공부 잘하는 친구

운동을 잘하는 친구 등등

이들은 어느 학교를 불문하고 항상 있는 존재들인데요


그중에서도

꼭 재잘재잘 말이 많고 다소 시끄럽기도 한 친구가 있습니다.

또 이에 반하여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친구도 있고요.


오늘 이야기할 생각과 감정이 이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떠나간 자리

한 때는 생각이 사라지면 참 평화로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생각하는 자가 내가 아님을 깨닫고

점점 생각에 동일화되지 않고

마치 자각몽을 꾸며 꿈을 꾸는 나를 지켜보듯

생각과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사라진 자리는 고요한 평화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 한편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그저 미처 깨닫지 못한 어떤 생각에 영향받아 그런 거라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날 보다 유독 선명하게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분명 생각 없이 머리가 비워져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머지않아 내 마음속에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종종 이렇게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을 놓치곤 합니다..)


생각이 비어있는 자리엔 감정이 남아있더라고요.

생각이 워낙 시끄럽고 활동적이라 잘 몰랐을 뿐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마치 학창 시절 말이 많은 친구와 조용조용한 친구처럼요

너무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 잘 몰랐나 봅니다.


이 둘은 매우 밀접하여 서로가 서로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지만

종종 연관이 없어 보일 때도 많습니다.

마치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요.


생각은 주로 언어, 이미지 등의 형체가 있는 것처럼 다가오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물리적인 어떤 형태가 없는 신호와 같다고 할까요?


투명해 보이는 어떤 것을 마주하려니 자칫 당황스러웠는데요,

이를 마주하는 방법은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은 관찰자로서 오롯이 생각을 지켜보는 것인데요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마주하는 방법이 느껴주어야 하는 점에서 조금 다릅니다.


시선을 외부나 머릿속이 아닌 자신의 몸 내부로 옮겨

내 몸의 느낌, 에너지 흐름, 감정의 흐름을 느껴야 합니다.


처음에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자연스레 호흡에 집중하면서 내 몸 전체를,

만약 그게 어렵다면 심장이 뛰는 가슴 부분을 특정하여

느껴보면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체한 것처럼 조금은 답답한 느낌에서부터

텅 빈 느낌,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 맑은 느낌, 쾌활한 느낌까지

감정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이러한 여러 다양한 느낌 중

유독 신경 쓰이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체한 느낌, 무거운 느낌, 답답한 느낌과 같은 녀석들이요.


이들의 대부분은

우리도 모르게 주어진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저항하면서 발생한 부정적인 잔재들입니다.


어떤 상황이란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킨다거나

친한 친구가 거슬리는 방식으로 말을 한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죠.


크게 와닿아 자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거나

빈도수가 높은 경우에는

영향받은 줄도 모르고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저항한 지도 모르는 채 지나가곤 합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이 무거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마주하면

꽉 묶여있던 매듭과 같던 감정이

느슨하게 풀어지며 서서히 옅어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치 귀신같은 존재가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질 때

연기처럼 스르륵 사라지는 것처럼요.


마음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는

마치 복잡한 생각만이 내가 깨달아야 될 무언가라고 느꼈다면

이제는 몸의 느낌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하루의 일과를 보내는 중 습관적으로 멈추어 서서

바쁘게 돌아가는 외부세상이 아닌 몸속 내부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리고는 묻곤 합니다.

너 지금 편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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