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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d Sep 08. 2023

인생은 쌀보리게임처럼.

쌀보리 게임 기억나시나요?

보리! 보리! 쌀! 쌀! 보리를 외쳐가며 잡히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재빨리 손을 왔다 갔다 해야 했죠.


심리전 또한 중요한데요.

쌀을 낼 듯이 보리를 낸다던가. 보리를 낼 것처럼 쌀을 내서 친구가 미처 잡아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오늘 저의 의식상태를 지켜보다 문득 이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며칠간 충만히 차오른 사랑과 감사의 감정에 모든 것과 깊이 연결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세상 특별할 일이 없어도 감사하고

그저 사소한 것 모든 게 감사한 상태였죠


그러다 미리 약속된 중고거래를 위해 외출을 했습니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구매하신 다던 분은 오질 않으시고

심지어 연락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구매자는 펑크를 내셨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벼운 짜증이 불안이 되고 결국 분노로까지 번지게 되었습니다.


몇십여분의 기다림과 연락을 끝으로 집에 가야겠다 마음먹고 나니

마침내 부정적인 감정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감정을 더 키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흘려보내고 나니

다시금 사랑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과정이 재밌게도 유년시절 즐겨하던 쌀보리 게임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쌀보리 게임에서 보리만 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쌀은 게임의 진행을 위해 필연적인 요소지요.


인생에도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습니다.

불쾌한 일도 슬픈 일도 짜증 나는 일도 생기며 이것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입니다.


처음 마음공부를 하던 때  깨달은 상태에 대하여 환상 같은 게 있었습니다.

마치 마음공부를 마스터하면 항상 평화롭고 긍정적인 상태가 유지될 것만 같은 그런 환상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항상 평화롭기만 한 세상에서 평화가 의미가 있을까요?

어둠 없이 빛만이 존재한다면 빛이 가치가 있을까요?

실패 없이 성공만 있는 세상에서 성공한다는 것은요?


빛과 어둠. 실패와 성공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안과 밖

따뜻함과 차가움


이 모든 상반되는 것들은 사실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우리의 관념이 호불호에 따라 이들을 구분 짓고 분리할 뿐이지요


세상 모든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조화롭고 완벽합니다.


어둠이 나쁘다는 건

우리의 관념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의 완벽한 조화이기에


마음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때의 저처럼

평온함만을 추구하려 하고

불안과 같은 것들을 멀리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특히나 불안을 피하려 한다면

나도 모르게 저항하는 셈이고

이는 불안한 일을 더 많이 불러오는 것과 같습니다.


중고거래를 하기로 약속한 상대방이 어떤 연락도 없이 펑크를 내듯이

황당한 일 불쾌한 일 역시도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휩쓸릴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빠르게 파악하고 손을 빼내면 될 일입니다.

쌀을 내도 잡히지 않았다면 게임은  물 흐르듯 이어집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그것을 나쁜 것으로 분류하여 잡아두지 않는 이상 

물 흐르듯 나를 통과해 지나갑니다. 


물론 사람마다 자신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한바탕 감정에 휘둘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문제없습니다.

잡는 자와 넣는 자가 바뀔 뿐 게임은 계속됩니다.


게임이 계속되려면 쌀과 보리가 번갈아 등장해야 하듯이

우리의 인생 또한 희로애락이 반복되며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행복만 가득한 인생은

행복이 빛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모든 상반되어 보이던 것들이 비로소 하나임을 깨닫게 되면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설령 나를 찾아온 손님이 불행이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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