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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누리 Oct 05. 2024

꿈을 어떻게 이뤄야 할지 막막할 때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공간을 마련하는 겁니다. 꿈이 현실이 될 공간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꿈은 차고라는 공간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집은 항상 작기만 합니다. 이리저리 치이며 바쁘게 살아가느라 꿈에 자리를 내어줄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꿈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꿈이 이루어집니다.


어떻게 해야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몰랐을 때, 제가 시도한 일은 물건 버리기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습니다. 물건이 하나같이 다 필요해 보였습니다. 추억이 깃든 물건은 더더욱 소중해 보였습니다. 버려야 할 물건을 현관 앞에 쌓아놓고 매일 보면서도 몇 개월을 그 문밖으로 끌어내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거라도 매일 한 개씩 무조건 버리기로 다짐의 다짐을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 딸과 아들의 태교에 썼던 클래식 음악 CD나 애들이 어렸을 때 쓰던 미술도구같이 자녀와 관련된 물건들 버릴 때는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그때 더 잘해주지 못한 걸 가슴 아파하는 미련도 물건과 함께 멀리 보내 버렸습니다. 집에서 편하게 입겠다고 쟁여 둔 목 늘어난 셔츠는 버리려고 보면 더 깨끗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창틀을 닦아서 더럽혀서 버렸습니다. 쓸만한 것은 당근 마켓에 내다 팔거나 무료 나눔을 하였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따라 똑같은 용도의 물건을 한 개 이상 갖지 않기로 결심하고, 정말 매일 한 개씩 내다 버리며 집을 비웠습니다. 아까워서 도저히 못 버리겠는 날은 생활 쓰레기라도 갖다 버렸습니다. 그렇게 점점 비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린지 42개월 차가 된 오늘은 4단 왕 서랍장과 빙박스 두 개를 내보냈습니다. 이렇게 매일 물건을 버리면서 소비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물건에 정 뗄 게 무서워서 무엇을 잘 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더 행복해졌습니다.


매일 한 개씩 버리자. 아주 작은 거라도 꼭!


저는 이 과정에서 꿈에 그리던 박사학위 졸업장을 품에 안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원하던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이사를 했다거나 요술할머니가 등장한 것도 아닌데 집이 커지고 꿈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살림이 많은 집 침대를 방 귀퉁이에 딱 붙여 놓고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저도 벽지 냄새를 맡으며 자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비움으로써 여유로운 침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침대를 방 한가운데 두고 양옆을 확 트이게 해서 쓰니 매일 5성급 호텔에서 자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상 후 침구 정리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작은방 문틀 넘어 보이는 공간에는 골동품 반닫이를 두어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방 문은 현관에서 정면에 보이는 위치기 때문에 방문을 열어 두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반닫이의 아름다운 백동 문양과 깊은 옻칠의 질감이 눈에 띕니다. 매일 미술관에 입장하는 느낌입니다. 이것은 모두 꿈을 현실로 가져다 놓기 위해 물건을 버리는 실천으로부터 성취된 것들입니다.


저는 내년 여름에 도서 출간회를 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꿈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외장하드 데이터와 스마트폰 전화번호를 비우고 있습니다. 매일 한 개씩이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집안에 넘쳐나는 물건부터 비우십시오. 당신을 공고하게 옭아매던 물건이 나가는 만큼 꿈이 현실이 되어 그 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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