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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어서 뇌 속으로 Jul 02. 2023

틴더보다 정확한 사랑 찾기, 땀냄새

사랑에 관한 작은 생체적인 고찰 -신경과학적 소개팅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점심시간만 되면 남자애들은 대부분 축구하러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곤 했다. 덥든 춥든 간에 축구란 스포츠에 그들은 미쳐있었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는 복도에서 공을 차 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행동들을 마치고 나면 교실에는 땀냄새가 진동했다. 에어컨 없이 습기와 더위가 가득한 교실에서 돌아가는 선풍기는 남학생들의 땀냄새를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 불쾌하고 걸레가 썩은 것 같은 고약한 냄새와 달리 섬유유연제 향이 풍기는 얌전한 남학생이 우리 모두의 이상형이었다. 교실에는 가끔 축구를 잘 못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초식(?)적인 남자애들이 있었는 데, 이들은 주로 하얀 피부와 더불어 불쾌한 땀과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 부류였다. 그 시절, 그런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이 몰래 짝사랑하던 애들이었다. 땀과 땀냄새가 나지 않는, 쾌적한 마른 하늘 같은 아이들.


하지만 어느샌가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땀냄새가 사실은 아주 아주 매혹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비단 넷플릭스의 핫한 콘텐츠 속 남자 주인공들이 흘리는 땀뿐만 아니라 바람에 휘날려 오는 어느 낯선 남자의 땀냄새 역시도. 그리고 면역학을 배우며, 땀냄새를 통해 우리가 사실 무의식적으로 왼쪽, 오른쪽 스와이프 하며 상대방을 만날지 안 만날 지 정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틴더 같은 소개팅 앱에서는 마음에 드는 상대의 사진이면 오른쪽으로 화면을 밀고, 아니면 왼쪽으로 화면을 민다)


땀에는 각자의 면역 체계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다. 사람마다 이 면역체계가 조금씩 다른 데, 우리는 보통 상대방의 면역 체계가 나와 다르면 다를수록 상대방을 성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군대를 면역체계에 비유해 보면, 내가 육군만 가지고 있을 때, 나는 같은 육군보다 해군이나 공군을 가진 상대방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면 내 자녀는 나에게서 육군, 상대방에게서 공군을 물려받아 육군과 공군 둘 다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게 되고, 그러면 다양한 적에게 더 잘 싸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면역체계가 다를수록 상대방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손쉽게 상대방과 내가 얼마나 면역적으로 다른 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요즘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 인류는 어떻게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사람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예상했다시피 학계에서는 땀냄새를 통해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여성들은 나와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이성의 땀냄새를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나와 면역체계가 비슷할수록 어쩐지 아빠나 삼촌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는 아마 근친혼을 막고 면역의 다양성을 높여 인류 전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발달된 우리 코의 기능이 아닐까 추측되고 있다. 코는 강력한 기억장치이자 뇌로 바로 통하는 직속기관이므로.


자, 그럼 이걸 실전에서 써먹는다면, 처음 데이트를 달리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굽이 있는 여자에게 같이 달리자고 제안하자는 건 아니다) 바람에 실리는 그 사람의 은은한 땀냄새가 어쩐지 좋다면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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