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딱 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
출근길 지하철을 내려 4번 출구 계단을 올라가는데,
나 지금 이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고 있는 거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데?
이러다가 진짜 여기서 내 서른을 맞이하고, 마무리하는 거 아니야..?
회사를 다닌 지 고작 2년 반이 지나고서 했던 생각이다.
(20,30년 그리고 정년을 채우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기겁을 하시겠지.)
도대체 그 ‘서른’이 뭐길래 왜 이렇게 의미부여를 하는 걸까
주변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이야기가 있다.
‘난 서른에는 내 인생에서 큰 변화를 주고 싶어!’
막연하기 그지없다. 글을 적으면서도 코웃음이 난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래서 회사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입사(28세)와 동시에 난 서른이 되면 이직을 하거나, 내 사업을 할 거야! 라며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계획이 정말로 실행될 줄은 몰랐지만.
나의 입사는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된 해였고,
의도치 않게(?) 코시국 신부가 되었다.
그렇게 누가 앞에서 끌어당기고 있는 것 마냥 시간이 후루룩 흘러갔다.
요즘말로 K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데,
이제는 품고 사는 사직서에 쉽게 손이 가는 시대가 온 듯하다.
하지만 3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면, 보통(?)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가지 않을까?
참을성이 없다.
누구나 다 힘들다. 너만 힘드냐
그것도 못 버티면 어떡하냐.
회사 나와서 뭐해먹고살래?
*이직할 곳은 정하고 퇴사해야지 않아?
사실 여기서 내가 직접 들은 말은 마지막* 이야기뿐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저런 말들을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내 주변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가득해서일까
내가 상처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만 가득해서일까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나에게 말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해서일까
하나같이 퇴사를 권유하고,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줬다.
어찌 보면 3년 내내 머릿속에 퇴사를 생각해와서였을까,
내가 할 몫은 다했다고 생각해서일까
슬프지도 않고, 후련하지도 않은 이상한 마음을 삼키며 내뱉었다.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