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하영 Jul 12. 2023

치앙마이 일기 12

운동 태국음식 환전 라탄 카페 타페게이트 야시장

7월 10일 월요일


그녀와 맞는 첫 번째 아침. 확실히 매트리스가 좋다. 허리가 안 아프다. 예전에는 딱딱한 방바닥에서도 눈만 붙이면 잘 잤는데(지금도 눈만 붙이면 잘 자긴 함.) 이렇게 새로운 잠자리에서 매트리스를 따지게 될 줄이야. ㅎㅎ 새로운 빌딩으로 와서 첫 운동이다. 어제 친구가 무려 미국에서 공수해 온 룰루레몬 새 레깅스와 티셔츠를 입고 헬스장으로 갔다. 이전에 살던 B동 보다 입주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수영장에도 사람이 많다. 여기 수영장이 그늘도 더 많이 지는 것 같고 선배드도 더 많이 보인다. 뷰는 이전 뷰가 더 좋았다. 러닝머신과 근력운동으로 적당히 땀을 빼고 내려왔다.

슬슬 준비를 하고 11시가 넘어 나왔다. 올드타운 쪽으로 가기 전에 이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우리의 첫 메뉴로는 뭐가 좋을까. 어제 카페 가다가 봐 뒀던 포장마차 태국 음식을 먹기로 했다. 지나다니다가 몇 번 봤는데 혼자라 용기가 안 났던 곳이다. 간판에 영어도 없다. 그래도 난 마음속에 메뉴가 정해져 있었다. 직원이 영어 메뉴판을 가져왔지만 나는 태국어 메뉴판에서 미리 찍어놓은 바질 볶음밥, 팟타이, 모닝글로리 사진을 보여줬다. 내 기준 태국의 김밥천국 같은 곳인데 이렇게 시키면 실패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여기에 환타까지 시키니 (아이스박스에서 병 음료를 직접 꺼낸다.) 이런 진수성찬이 없다. 계속 행복하다를 외치며 우리가 2007년 떠났던 베이징 여행기부터 다시 나왔다. 바로 옆에 주스 카트가 있었는데 수박주스가 25 밧트다. 여기서 봤던 가격 중에 최저 가격이다. 사장님의 셔츠가 유난히 화려해서 눈이 몇 번 마주쳤는데 한 잔 먹기로 했다. 직접 가져다줄 테니 앉아있으라고 한다. 빨대도 2개가 센스 있게 꼽혀 온 주스가 배달되었다. 음- 이 집 수박주스 참 잘한다. 갈 때도 너무 다정하게 인사해 준다. 아저씨도 행복하세요.

날이 뜨거워져서 환전을 하러 가는 길에 툭툭이를 타고 갈까 했는데 역시나 100 밧트부터 부른다. 결국은 좀 더 걸어서 다른 기사에게 60 밧트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툭툭이다. 환전을 하고 나와 그동안 아이쇼핑으로만 즐겼던 라탄 쇼핑을 했다. 계속 집을 옮겨야 해서 쇼핑은 오늘 이후로 미뤄왔었다. 라탄 상점이 3개가 모여있어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비교하고 쇼핑을 하기 좋다. 엄마랑 새언니 것까지 해서 푸짐하게 쇼핑했다. 네고에 좀 약한 우리는 개수를 늘려 당당하게(?) 네고를 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한 곳에서는 성공하고 한 곳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했다. ㅎㅎ 그래도 너무나 즐거웠다.

두 손 가득 라탄 가방을 들고 오는 길에 예뻐서 찜해둔 카페에 왔다. 그동안 인터넷 되고 돌아가기 편한 집 주변 카페만 찾아다녀서 그렇게 썩 맘에 드는 카페를 못 찾았었는데 정말 내가 원하던, 기대하던 치앙마이 카페의 모습을 100% 실현한 카페를 찾았다. 초록초록한 감성이 넘치고 통유리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무엇보다 인테리어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센스 가득이다. 직원들도 당연히 친절하고 빵메뉴도 다 맛있었다. 여기는 무조건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둘이 있는 것도 행복한데 오늘 가는 곳마다 참 마음에 든다. 나도 새침한 나 홀로 여행객에서 유머도 잘 받아칠 줄 아는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신했다. 한 창 수다를 떤 후에 각자 가져온 아이패드를 하며 해가 좀 덜 뜨거워지기를 기다렸다.

5시가 다 되어서 카페를 나왔다. 나오는 순간까지 너무 좋았던 카페다. 좀 더 걸어 타페게이트로 갔다. 그동안 혼자 걸으며 고독을 씹다가 이렇게 친구랑 오니 참 좋았다. 이제 이곳이 더 내게 익숙한 곳이 된 느낌이다. 올드타운을 가볍게 돌아본 후 집 근처 나이트 바자에서 저녁을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볼 것들이 많아 (보여주고 싶었던 골목이다.) 20분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5시 30분쯤에 나이트 바자에 도착했는데 아직 야시장이 준비 중이었다. 전날 10시 30분에 왔을 때는 이미 다 끝나는 분위기였는데 정말 부러운 워라밸이다. 시간도 때울 겸 노상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한 시간 180 밧트길래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너무 열정 없는 마사지사를 만났다.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그냥 이 상황이 웃겼다.ㅎㅎ 그래, 마사지에 소질이 너무나도 없는 사람이었겠거니.. 그나마 친구의 마사지사는 야무진 사람이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마사지를 하고 나오니 많은 가게들이 오픈을 했다. 오늘 우리의 목적은 코끼리바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낮에 라탄가게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네고에 도전했다. 친구가 오기 전부터 사전조사를 열심히 했더니 100 밧트짜리 코끼리 무늬 바지 말고 정말로 한국에서도 자주 입을 수 있는 조금 더 예쁜 패턴에 소재도 고급스러운 바지를 고르는 눈썰미를 얻었다. 지금 봐도 정말 만족스러운 바지를 2개씩 고르고 저녁거리를 샀다. (야시장 나오는 길에 있는 매장에서도 둥이들 옷과 엄마 바지까지 저렴하게 잘 샀다.) 옥수수+치킨+사태+망고라이스+새우볶음(이것이 하이라이트)을 샀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치앙라이 원데이 투어를 하는 날이라 부지런히 준비하고 잠을 청했다.   

작가의 이전글 치앙마이 일기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