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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12. 2023

치앙마이 일기 11

체크아웃 코코넛마켓 징차이 마켓 체크인 유튜브 공항 야시장

7월 9일 일요일


설레는 아침이다. 어제저녁에 대충 짐을 정리해놨고 아침 차근차근 마무리를 했다. 여기에서 11일이나 지냈다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일기를 남기지 않았다면 3일 차 이후부터는 일정이 헷갈렸을 것이다. 체크아웃 시간인 11시에 맞춰서 나가려고 했는데 집에서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정리가 끝난 10시쯤 집을 나섰다. 로비에서 싼탐에게 키를 전달하면서 다시 이 건물로 들어오는데 짐을 맡길 수 있냐고 했더니 50 밧트에 맡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가는 A동 키는 저기 남자 경비원에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동마다 운영 시스템이 다른가보다.


짐을 맡기고 볼트를 불러 주말에만 열리는 코코넛 마켓에 갔다. 사진 맛집이라며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택시를 타고 20여 분만에 도착했다. 볼트앱에 완벽 적응한 것 같다. 차도 깨끗하고 기사들도 참 친절하다. 도착해 보니 코코넛 마트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한 바퀴 둘러보니 왜 사진명당인지 알 것 같다. 야자수들이 가득하고 곳곳에 감성을 가득 담은 평상들이 놓여있어 먹거리를 사서 앉아 쉬기 좋다. 물건들도 가격대는 좀 있지만 그만큼 퀄리티도 좋았다. 오길 잘한 것 같다. 한 바퀴를 돌고 코코넛 팬케익을 샀다. 달달하고 고소했다. 옷 구경도 하고 소품들도 보았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목이 말라 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켰다. 태국에서 다른 건 다 봐줄 만한데 얼음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맨 손으로 푹푹 뜨는 거 보면 배가 절로 아픈 것 같다. 그래도 어떡하리. 아직은 큰 배탈 없이 잘 버티고 있다. 커피를 주문한 곳 앞에 작은 테이블에 잠시 앉았는데 앞에서 나이 지긋한 태국 음악인이 버스킹을 하고 있다. 겉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힙’이 느껴지는 아저씨다. 이렇게 자유를 만끽하는 태국인들 좀 멋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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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뜨거워지고 있어서 부지런히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차로 15분 거리의 징차이 마켓이다. 식료품 시장이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정말 내가 원하던 바로 그런 주말시장의 모습이다. 식료품도 있고, 의류, 소모품, 직접 만들어 온 작품들도 많이 판다. 지금까지 간 어떤 시장들보다 재미있었다. 실내 건물에도 매장이 있어서 너무 더우면 안에서 시원하게 둘러볼 수 있다. 블로그에도 많이 나온 good goods 매장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다른 매장들에서 본 것들보다 특색이 있다. 마켓처럼 꾸며진 실내 건물을 들어갔는데 볶음요리 냄새가 코를 찌른다. 코코넛 마켓에서부터 배가 살짝 불편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냄새를 맡은 이상 여기서 먹고 가야겠다. 완전한 오픈 키친이었고 볶음 요리를 뚝딱뚝딱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덜 치워진 자리를 가리키며 앉아도 되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메뉴판을 가져다주는데 가격도 나쁘지 않다. 넓은 면의 볶음 국수를 시켰다. 기름, 야채, 면, 굴소스, 이상한 마법의 가루를 넣고 쓱싹 볶는데 뚝딱 나온다. 맛도 괜찮았다. 돼지고기가 좀 덜 익은 것 같아 한입 물고 먹지 않았다. (배탈의 가능성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옆에 앉은 태국인 남성이 휴지를 자기 쪽으로 옮기더니 두 장을 꺼내 넘겨준다. 매너남이다. 다 먹고 나오면서 눈인사를 했다.

밥을 먹고 한 바퀴 더 둘러보는데 뜨개로 만든 꽃을 팔았다. 집에 두면 예쁠 것 같기도 하고 공항에 마중 나갈 때 들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세 송이를 샀다. 마침 꽃다발처럼 근사하게 포장을 해준다. 공항에서 꽃 선물 주는 장면이 참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오늘 해보게 생겼다. 볼트를 불러 다시 집에 왔다. 도착하니 2시가 되었는데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경비원에게 키를 받아 올라갔다. 두근두근.


집이 너무 좋다. 일직선으로 트여있어 답답하지 않고 화장실도 세면대가 2개다. 욕조도 있다. 전 집보다 훨씬 깨끗하고 살림살이도 괜찮다. 샤워기와 세면대에 필터를 설치하는 센스까지. 어머나 티비로 유튜브도 잘 나온다. 이 집이었으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에게 새로 이사 온 집을 구석구석 보여줬다. 나중에 엄마랑 오면 여기로 오면 좋겠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나 가려고 했다. 4시가 가까워서 오픈한 카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는데 스카이 리버 콘도 맞은편에 7시까지 하는 카페를 찾아 걸어갔다. 반대방향으로는 오랜만에 가본다. 차이티와 햄치즈 토스트를 시켜 대만 마지막 편 영상을 편집했다. 카페 마감하기 전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마음껏 유튜브 영상을 봤다. 그동안 러닝머신 위에서만 아껴봤는데 원 없이 보니 세상과 다시 소통되는 느낌이다. ㅎㅎ


9시가 되어 슬슬 공항 갈 준비를 했다. 공항행 볼트가 안 잡히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67 밧트에 바로 잡혔다. 지난번 로비에 부탁해서 200 밧트에 간 것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도착장 출구를 찾았다. 치앙마이는 공항이 작아서 도착게이트가 한 개인 것 같다. 제주에어가 먼저 도착해서 한 무리의 한국인 무리가 빠지자 바로 이어 대한항공 승객들이 나왔다. (캐리어에 달린 텍을 유심히 보았다.) 멀지 않아 그녀가 등장. 아까 징차이 마켓에서 산 꽃다발을 ‘증정’하며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지난 캠핑 이후 한 달 만에 보는 것이다. 미국에서 오자마자 시차적응도 하지 않고 달려온 그녀다. 서둘러 돌아가는 볼트를 불러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못다 한 내용을 업데이트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내내 수다를 떨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영상통화를 제외하고는 한국말을 안 하고 살았었던 것이다. 집에 와서 짐만 놓고 야시장이라도 구경해볼 겸 나갔는데 10시 30분 정도가 되자 서서히 문을 닫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대충 돌아보고 편의점에서 먹을 것 좀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수다 떠느라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관광객 모드가 되어 열심히 돌아다녀봐야겠다.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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