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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18. 2023

치앙마이 일기 18

운동 코코넛마켓 징차이마켓 휴식 선데이마켓 야시장

7월 16일 일요일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에 그녀를 기다리며 나 혼자 오전 2 마켓을 돌던 게 말이다. 그 코스 그대로 친구를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움직여야 되는 날이라서 오늘은 좀 더 일찍 운동을 했다. 어제부터 조금 유치한 로코 드라마를 보며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데 시간은 또 왜 이렇게 잘 가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유치한 스토리의 드라마가 계속 나오나 보다.


코코넛 마켓을 가는 택시를 기다리며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켰다. 가까이 있어서 자주 올 줄 알았는데 결국 나는 두 번째, 그녀는 첫 방문이다. 같이 있는 시간 동안 매우 많은 곳을 가고 먹을 줄 알았는데 영행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 줄 모르겠다.

둘이 함께하는 코코넛 마켓. 혼자 왔을 때는 부끄러워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에 오늘은 제대로 찍고 싶었다. 둘 다 원피스로 의상도 맞췄다. 사진 찍는 중국인들이 진짜 많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중국인이냐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얼굴만 봐도 국적을 100% 맞출 수 있었는데, 요즘 중국인들은 진짜 가까이 가서 말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정말 모르겠다. 오히려 치앙마이에서 힘 빡주고 꾸미며 여행하는 사람들이 중국인, 장기 거주일수록 점점 내려놓고 내추럴해지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한 바퀴 빨리 돌고 징차이 마켓으로 향했다. 코코넛 마켓은 정말 포토 스팟이고 주말 마켓으로는 징차이가 더 크고 물건도 훨씬 괜찮다. 주말 오전에는 코코넛 마켓 - 징차이 마켓이 거의 코스 같은 것이라 택시는 금방 잡혔다. 코코넛 마켓에 들어오는 차를 바로 잡아탔다. 징차이 마켓은 다시 와도 좋았다. 나중에 엄마랑 와도 제일 좋아할 것 같다. 시장 길도 넓고 구역별로 정리도 잘 되어있다. 그리고 실내로 된 매장도 커서 더울 때는 쉴 곳도 충분하다. 지난주에 여기에서 꽃을 사서 공항으로 갔었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니.. 하며 그녀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지난주에 먹고 싶어서 찜했던 메뉴였다. 오픈키친으로 돼서 요리하는 것도 볼 수 있고 맛도 좋다. 게살 요리를 시켰는데 우리가 먹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군침을 다진다. 영상도 찍고 있었는데 약간 먹방 유튜버가 된 기분이었다. ㅎㅎ (여기서도 중국인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마스카라를 너무 바짝 올렸나…) 그녀는 엄마에게 줄 동전지갑을 나는 라탄 가방에 걸 수술을 샀다. 가격은 좀 있었지만 너무 예뻐서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았다. 확실히 징차이 마켓 물건들은 작가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만든 물건들이 많아 보였다. 각자의 인스타 계정을 같이 적어둔 걸 많이 봤다.


다시 숙소로 왔다. 저녁에 선데이 마켓을 돌아보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오기 전에 콘도 맞은편에 있는 시그니쳐 커피를 갔다. 여기도 혼자 있을 때 서류 작업할 게 있어서 노트북 들고 왔다가 두 번째로 온다. 아메리카노가 50 밧트인데 아주 맛이 좋다. 매일 큰 스케줄 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단골 카페 하나 못 만든 게 아쉽다. 커피를 잘 마시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급히 방으로 올라왔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잠이 안 오는데 누웠더니 깊은 잠은 못 들고 30분마다 깼다. 그래도 더울 시간에 이렇게 쉬니까 좋다. 선데이 마켓이 많이 걸을 것 같아서 체력 안배를 위함이다. 20대 때 여행 다닐 때는 2만보씩 걸어 다녀서 집에 오면 허벅지가 뻐근할 정도였는데 이제 다음 날 컨디션을 위해 무리하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을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세월이 야속해~)  


볼트를 불러 도착했다. 5시 20분 정도 넘은 시간이었는데 아직도 선데이 마켓은 세팅 중이다. 살짝 허기가 지는 것 같아서 타페 게이트 앞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여기도 혼자 있을 때 마셔 본 트로피컬 주스가 너무 맛있어서 들렀는데 오늘도 새콤달콤 상콤한 게 정말 예술이다. 카페에서 나오니 선데이 마켓 준비가 대충 된 것 같다. 저번에도 왔을 때도 규모가 너무 커서 어차피 다 둘러보는 건 불가능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잘 사고 적당한 때에 종료하는 게 전략이다. 친구가 부탁한 코끼리바지와 내가 입을 바지, 그리고 와인을 거치하는 나무(동네 야시장에서 250 밧트였는데 여기에서는 100 밧트였다.)를 샀다. 다른 야시장보다 확실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네고를 잘하면 정말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사실 옷 종류를 빼고는 굳이 네고 하지 않아도 될 가격이다. 타페게이트부터 가로로 직선을 쭉 가다 보니 왓프라싱 사원이 되어서야 야시장이 끝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직선 코스로만 온 것이고 40%만 본 것 같지만 살 것도 다 샀고 다시 교차 지점으로 가서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규모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야시장으로 갔다. 여기 망고가 제일 맛있어서 망고를 사러 왔는데 아주머니 또 결석이시다. 저녁이나 먹고 갈 겸 테이블에 앉았다. 다들 선데이 마켓으로 몰려갔는데 사람들도 한적하고 문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태국 음식을 몇 개 시켰다. 여기가 선풍기가 없는 자리여서 친구는 많이 더웠나 보다. 많이 못 먹는다 생각했는데 다음 날이 되어서야 더위에 지친 본인의 모습이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고백을 했다. 본인은 엄청 강하다며 모기에 물려도 약도 안 바르던 친구다. 치앙마이의 더위가 이렇게 무섭다. 나는 이제 적응이 되어 가는데 이제 일주일 된 치앙마이 애송이에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위로해 줬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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