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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23. 2023

치앙마이 일기 19

운동 블루누들 라탄가게 카페 도이수텝 치앙마이대학교 야시장

7월 17일 월요일


다시 맞는 월요일 아침. 지난주에 대충 계획을 세우면서 오늘은 일주일을 지내보고 꼭 다시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우기로 했었다. 지난주 월요일에 갔던 라탄가게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를 가야 했고 돈을 좀 더 환전해야 해서 결국은 지난주 월요일과 거의 비슷한 스케줄이 나왔다.

지난주에 우리의 첫 끼였던 태국 음식점(길가에 포장마차 같은 곳이었다.)을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 문을 안 열었다. 그 앞에 그때 봤던 수박주스 아저씨가 그때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계셨다. 태국에 친절하고 인상 좋은 사람이 넘쳐나지만 이 분은 정말 인상이 좋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혼자 있을 때 몇 번 더 와볼걸 그랬다. 수박주스를 한 잔 사려고 했는데 택시가 너무 일찍 도착했다. 결국은 블루누들을 가기로 했다. 여기도 한 번은 더 왔어야 덜 아쉬울 뻔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 10시 30분 정도 되었는데 앞에 대기가 2팀이 있었다. 그래도 그때처럼 금방 자리가 났다. 지난번 시켰던 9번 누들에 차이티를 시켰다. 오늘은 중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블루누들을 나선 후에는 부츠에 들러 필요했던 물품을 몇 가지를 사고 라탄 가게로 갔다. 엄마 모자와 새언니 가방, 그리고 친구들 가방을 좀 더 살 생각이다. 오늘도 3 곳을 빠르게 훑어보았는데 지난번 눈여겨본 가방 중에 없는 것도 있다. 오늘도 네고가 필요했는데 지난번 만난 주인 할아버지에게 가격을 흥정했더니 무리라고 생각하셨는지 사모님에게 우리를 넘겼다. 확실히 할아버지보다는 포스가 있으셔서 둘 다 윈윈인지 둘 다 루즈루즈인지 모르는 950 밧트에 협상을 체결했다.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그리고는 골목을 꺾어 바로 보이는 지난주 월요일에 갔던 aob-sook 카페에 갔다. 지난번에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만 아는 비밀 카페인가 보다 했는데 오늘은 손님이 엄청 많다. 우리가 있는 동안 다섯 팀은 넘게 다녀간 것 같다. 오늘도 페스츄리 3개를 시켜 음료를 50% 할인받았다. 여기 빵은 정말 맛있다. 지난주와 같은 자리에 앉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구나.. 생각했다. 오늘은 책을 가져왔다. 치앙마이에서 충분한 독서의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가져온 4권의 책 중에 겨우 첫 번째 책을 끝냈다. 치앙마이의 시간은 정말 느리듯 빠르다. (사실 다 핑계다 ㅎㅎ)


치앙마이는 방콕과 달리 카드사용이 쉽지 않다. 300 밧트 이상만 카드를 받거나, 수수료를 받거나다. 현금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큐알 결제를 선호한다. 3개를 번갈아 가며 쓰고 있는데 그래도 현금이 부족하면 불안할 것 같아서 10만 원만 더 바꾸기로 했다. 환전소에서 한국 핸드폰 문자가 와서 보는데 인사팀에서 복직 3일 전에 복직원을 제출하라는 문자가 왔다. 아니 한 달 휴직에 무슨 3일 전 복직원(그것도 방문을 하라니), 그리고 그럼 미리 알려주던가…  분노와 함께 그래도 겉으로는 친절하게 모바일로 회사 시스템에 들어가서 인사팀에게 문의를 했다. 지금 내가 해외라서 복직원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그럼 팀장님께 메일을 보내고 회사에 와서 복직원을 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난달에 못 받은 월급 중 일부는 반영 기간이 지나서 8월 월급에 추가가 된단다. 정말 굉장히 정 떨어지는 상황이었으나 그냥 알았다고 했다. 어디서 대기업이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ㅎㅎ 시스템에 들어간 김에 우리 팀 대화창을 갔는데 회사는 변한 게 없다. 여기서 있으면서 회사와 정신적으로 온전히 떨어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는데 그 사람을 생각하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생각을 빨리 떨쳐버리고 싶었지만 숙소에 도착한 뒤 한 시간 정도는 이 감정이 지속되었다. 그래도 빨리 벗어나려고 했더니 곧 평정심을 찾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것도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돌아가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서 세상이 이렇게 살만하고 좋은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확신이 들었다.


오늘은 우리의 마지막 밤을 의미 있게 장식하기 위해서 도이수텝 밤 투어를 예약했다. 5시가 되기 전에 가이드에게 도착했다고 전화가 와서 급히 나왔다.  투어를 할 때마다 내가 숙박하는 창클란 지역부터 도는 것 같다. 저번에 치앙라이 투어 때도 그렇고 매번 1등으로 탄다.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지만 가장 좋은 자리를 앉는다는 장점도 있다. 호텔을 6곳 정도를 돌았는데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 멀지 않은 곳인데 돌아오는 차편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투어로 신청했다. 가이드는 여자분이었는데 영어 발음은 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간단한 내용을 듣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동 내내 휴대폰으로 포샵이 엄청된 본인의 사진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는 게 귀여웠다.  20분 정도를 달려서 왓우몽이라는 사원에 도착했다. 700년 전에 치앙마이 1대 왕이 지은 사원이라고 한다 규모가 굉장했다. 동굴 안에 불상이 여러 개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안에 박쥐가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잠들어 있었다. 으- 온몸에 긴장이 되었다. 동굴 안에 있어서 그런지 깊은 곳은 아니었지만 좀 더 신비로운 분위기가 났다. 도이수텝 반나절 투어에 시간 때우기용 코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볼만했다.


왓우몽 사원
도이수텝 사원

그리고는 다시 차를 타고 20여 분 정도를 더 달렸다. 산 꼭대기를 향해 계속 올라갔다. 길이 꼬불꼬불해서 가는 중에 멀미가 났다. 그때 샀던 피셔맨 사탕을 가져올 걸 그랬다. 이제는 좀 내렸으면 좋겠다 싶을 때 딱 도착을 했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확실히 바람이 선선했다. 오는 도중에 보니 여기로 러닝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사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360개의 계단이 있다고 했다. 걸어갈 사람은 걸어가고 아닌 사람은 왕복 20 밧트를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계단을 이용한 일행들을 보니 그렇기 어렵지는 않았나 보다.) 올라와서 마주한 황금빛 사원은 정말 멋졌다. 6시 40분쯤 도착했는데 해가 서서히 지고 있을 무렵이라 낮의 하늘, 야경을 모두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뒤 쪽으로 가면 치앙마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큰 빌딩이 없어서 야경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볼만하다. 이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아쉬움에 야경을 보며 여기서 지낸 날들을 생각해 봤다. 더위에 지치고 지루한 하루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다 좋은 시간들이었다. 어느 순간 스트레스와 내 안의 화도 많이 빠진 것 같고 어제는 운동을 하는데 심박수가 낮아졌다는 안내가 나왔다. (꾸준한 활동적인 생활, 스트레스 감소를 통해 낮출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해가 많이 져서 다시 사원으로 돌아가 사진을 몇 장 더 남겼다. 낮에도 밤에도 어떤 하늘에도 잘 어울리는 황금 사원이다. 치앙마이 와서 불심이 충만해진 것 같다. 돌아가서 일이 잘 마무리되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별 탈 없이 행복해지기를 빌었다.


내려오는 길도 다시 멀미의 연속이다. 첫 팀이 치앙마이 대학교 야시장에서 하차를 하길래 우리도 서둘러 따라 내렸다. 치앙마이 야시장을 못 와봤네.. 싶었는데 이렇게 또 오게 되었다. (한번 더 와보고 싶던 치앙마이 대학교도 도이수텝 오는 길에 차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음식 가격이 확실히 어떤 야시장들보다 저렴했다. 학창 시절 이대 앞처럼 옷가게도 많았고, 네일샵도 많았다. 속이 좀 울렁거려서 차가운 수박주스를 하나 사 먹었더니 금방 괜찮아졌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꼬치와 팟타이를 먹었다. 간단하게 먹고 집으로 가기 위해 볼트를 불렀는데 오전에 블루누들에서 옆테이블에 앉았던 중국인 부녀를 또 만났다. 치앙마이는 도시 전체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이런 일이 있다. 오는 비행기에서 옆에 앉았던 부부를 다음 날 블루누들에서 만나기도 했다. 집에 도착해서 마저 짐을 쌌다. 내일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쓸 짐을 빼고는 거의 다 싸놨다. 옷가지와 수건, 오리발까지... 여기 와서 버리고 갈 것들을 버리고 이제 하나 남은 렌즈를 챙겼다. 비행기에서 쓸 목 베개와 마스크팩도 따로 넣었다. 잠이 안 올까… 했는데 그냥 푹 잤던 것 같다. 혼자였으면 여러 가지 생각들에 마음이 복잡했을 텐데 그래도 옆에 친구가 있어 여기 시간들을 같이 추억할 수 있다는 게 안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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