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이야기
달력을 보니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돌아와서 이제 매일매일을 기록해야지, 영상도 부지런히 기록해야지 (실제로 카메라 한 대를 더 장만했다.)했지만 확실히 회사 모니터 앞에서는 바쁜 일이 없더라도 에너지가 빠지는지 집에 가서도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래, 한 달 전 나의 한 달간의 휴직이 끝났다. 수요일에 한국에 도착해서 5일간의 시차적응(?)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돌아오자마자 짐을 풀며 가족들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보따리와 함께 선물을 나눠줬고, 너무 보고 싶었던 조카들과의 시간도 원 없이 가졌으며, 바로 다음 날 친구네 집으로 달려가 이제 100일을 갓 넘긴 겅듀님을 마음껏 안았다. 주말에는 오롯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청소도 하고 정리하리라 다짐했던 선반대 정리도 끝냈다.
더위를 피해 돌아온 한국은 정말 미친 듯이 더웠다. 습도까지 높아 5분만 걸어도 찐득한 땀이 났다. 30대가 지나면 5년에 한 번 씩이었나 ‘훅 가는‘ 해가 있다던데 올 해가 나에게 그 해인가 싶었다. 물어보니 모두들 끔찍한 여름의 시간을 겪고 있었다. 이제 복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보다 안 탔네.” 나의 복귀를 환영해 주는 사람들마다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나는 엄청 탔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러지? 하고 생각해 보니 1) 비타민 앰플과 프라엘을 정말 열심히 사용해서 얼굴을 지켰고, (무려 미사용 3년이 넘은 기계를 가져가서 열심히 사용했다.) 2) 7월 초 야외 수영장에서 구워진 후 매일 알로에 수딩젤을 열심히 바르고 선크림을 팔에 바르고도 꼭 남방을 걸치고 나갔다. 미백을 향한 특별관리에 들어간 지 3주가 지났으니 아마 이런 노력들이 효과로 나타났나 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내 등엔 선명한 수영복 자국이 있다. 겨울에나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수영복.
치앙마이에서 vpn 결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야구를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결제는 하지 않았고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일 같다. 거기서 매일 야구를 봤으면 난 오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응원하는 팀은 상위권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7-8월에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직관을 가지 못했고, 우연히 고척돔 경기를 갔는데 이런 쾌적함이 없다. 한 여름에 이렇게 시원하게 야구를 볼 수 있다고? 게다가 응원 율동들은 왜 이렇게 신나는 거야. 집에서도 가깝고 우리 팀이 꼭 이겨야 되는 경기가 아니라면 가끔 와서 키움의 경기를 응원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 주도 다음 주도 나는 고척돔에 간다 ㅎㅎ)
집이 더 좋아졌다. 작년에 리모델링을 마친 후 4계절을 겪었는데 기능적으로나 디자인 적으로나 너무 만족스럽다. 구석구석 내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고, 치앙마이 집처럼 먼지 쌓인 곳도 없으니 심적으로도 안정이 된다. (결벽증 절대 아님) 그리고 와인 거치대나 실내용 슬리퍼나 벽화처럼 치앙마이의 추억을 가진 물건들을 집안 곳곳에 심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