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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일 블루 Apr 20. 2024

순간의 영원(8)

사실은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했던 순간들.


간직하고 기록하고 싶은 순간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어느 날이었다. 이 날은 오래 작업하던 노래가 드디어 발매일을 확정한 날이기도 하고 칵테일 스터디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파서 나가지 못했던 글쓰기 모임에 드디어 몸이 회복되어 나가는 주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기록하지 않으면 이 모든 순간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래간만에 솔직한 감상을 쓰기로 했다. 모든 일들이 어렵고, 쉽지 않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멎지 않는 요즘이지만 그럴수록 더 써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중에 이 기록들을 들춰보고 공유하며 언제는 웃었고, 또 언제는 울었는지 말할 수 있겠지. 앨범 발매를 작업하며 앨범 소개 글에 이렇게 썼다.


「 인생에 어떤 부분은 느리게 흘러가기도 하고 빠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은 분명 변하지 않는 일인데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이 바뀌기도 하고요. 」


우리는 그렇게 기록을 쌓아가며 울고 웃는 날들로 인생을 엮어나가는 게 아닐까. 무기력에서 일어나게 만든 당근마켓에서 시작한 글쓰기 모임은 이제 일 년을 훌쩍 넘겼다. 이렇게 모은 게 책이 되어 나오고, 이 과정에서 생각한 이야기가 포스팅으로 올라간다. 사실 기록하는 행위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AI가 발달하고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연산과 고찰은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별것 없는 4500원짜리 일기장이 순간의 영원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비싼 단위임을 안다. 어머니가 쓰시는 가계부만 해도 돈의 흐름을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어떤 저녁을 해주고 싶으셨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는 쓸데없지 않으므로.


사는 게 유독 어설펐고 재능이 없지만 이렇게나마 노력하면서 살아나가는 순간을 사랑한다. 모든 거대 서사는 사실은 인간의 가장 평범한 하루 단위로 시작할 거야.


이런 생각들이 스며드는 한 때, 이 글을 마무리하며. 다음 주부터는 조금 더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날들에 대한 기록을 좀 더 정형화시킬 수는 없을까. 공감을 끌어내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작업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저번주부터 강하게 들었다. 기록에서 그치지 않고 알린다는 것. 영화 <윤희에게>의 감독 인터뷰를 좋아한다. 사실은 누군가 읽어봐 주기를 원하는 글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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