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돈을 안 쓴다.
19년 10월, 결혼을 했다. 주말부부로 시작했다.
20년 2월, 첫아이를 낳았다. 같은 해 10월, 그 남자는 미국으로 포닥을 나갔다.
21년 2월, 나는 졸업을 마쳤고, 4월 첫째와 그 남자를 따라갔다.
23년 7월 둘째 아이를 낳았고, 10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결혼을 하고 그 남자는 통장을 합치는 것을 꺼려했다. 나는 그 남자가 얼마를 받는지 자세히 몰랐다. 하지만 그 남자는 포닥으로 받을 수 있는 인건비 최대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신혼집 가구는 내가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을 했고, 가전은 할부였다. 가전에 대한 6개월 할부와 대출 이자, 아파트 공과금, 그리고 그 남자의 S시에서 사용하는 레지던스 월세를 냈다.
나는 박사 과정 월급으로 J시에서 생활을 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나오는 양육수당은 그 남자의 통장으로 나았다. 미국으로 나가있는 동안에도 약 7개월 간 그 남자의 통장으로 나왔다.
가전에 대한 남은 할부는 그 남자의 작은 누나 카드 빚을 돌려 막을 때 대출을 받아 같이 막았다.
딱히 아이를 키우며 나에게 생활비라고 주는 돈은 없었다. 포닥이 확정되고 그 남자는 미국에 가서 쓸 돈을 만들어야 한다며 따로 생활비는 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 계속 내던 대출이자라도 내는 게 어딘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100만 원 내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았다. 그 남자에게 친정엄마와 내 동생들의 노동력은 굉장히 당연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오롯이 그 남자의 벌이로 생활을 했다. 그 흔한 어학연수라도 받아 보려고 가지고 간 내 통장에 있던 돈은 각종 행사(양가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 사용이 되었다. 그 남자는 한국에 나와 아이의 보험료 30만 원을 보내주었다. 이 돈은 첫째 아이의 양육 수당이었을 것이다.
한국에 와서 나는 돈이 전혀 없었고 제일 먼저 내 보험을 해약해서 70만 원을 급히 마련했다. 그동안 둘째 아이 앞으로 양육 수당과 부모 수당 80만 원이 나왔다. 나는 그 돈으로 나와 두 아이의 보험료를 냈고 이 집 저 집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했었다.
그 남자는 학위를 받은 지도교수님께 연구교수로 들어갔다. 항상 그랬듯 그 남자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인건비를 최대한 받고 있다고 했다. 능력을 과시하긴 했지만 정확한 액수는 밝힌 적이 없다.
첫째 아이는 면기저귀를 사용해서 기저귀 값을 아꼈다. 물세가 더 나오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아이가 8개월 즈음 종이 기저귀를 사용했다. 그 남자는 그때 기저귀 값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둘째는 8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했고 그렇게 분유 값을 아꼈다. 3월 출근을 하기 직전까지 모유를 먹었다. 분유로 바꾸고 아빠인 그 남자는 분유를 몇 번이나 샀을까..?
내가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통장을 합치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친정 엄마가 아이 둘을 봐주는데 이제는 생활비를 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었다.
그 남자는 둘째 아이 앞으로 나오는 수당 80만 원이 있는데 왜 생활비가 필요하냐고 했다.
그 남자는 이미 많은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 남자의 처와 자식 둘은 J시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S시에서 그 남자가 사용한 생활비가 어디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