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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결 Sep 05. 2023

귀한, 아들

우애

그 남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미니카가 유행이었다. 학교 앞 문구점 앞에는 미니카를 가지고 노는 남자아이들이 있었다.  


그 남자의 첫째 누나는 귀한 아들이 문구점 앞에서 미니카를 들고 서성 거리는 모습이 보기 싫었고, 그 남자의 엄마에게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카를 주행할 공간을 만들라 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말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혼자’ 미니카를 가지고 노니 재미가 없어서 금방 흥미를 잃었다 했다.


그 남자가 슈퍼를 들렀는데 이상한 아저씨가 이유 없이 때렸다고 했다. 곧장 집으로 가서 그 남자는 세 여자들에게 알렸다. 귀한 아들을 지켜주는 세 여자는 슈퍼로 달려가 그 아저씨에게 폭언을 했다.

 

나도 동생이 있는 K-장녀로 여기까지 이해를 했다.


그 남자와 그 남자의 둘째 누나는 정말 사이가 좋아 손을 잡고 다녔고, 모르는 사람들은 연인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 남자가 군인이던 시절, 면회를 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팔짱을 끼고 지나가니 모르는 사람들이 요즘 것들은 어른이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싫은 소리를 했다. 뒤를 따라오던 그 남자의 할머니는 누나랑 동생이 사이가 좋은 것도 욕먹을 소리냐며 그 사람들에게 큰 소리를 쳤다.


그 남자의 할머니는 말했었다. 누나랑 사이가 너무 좋아서 장가를 못 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 시절 사귄 그 남자의 첫 여자 친구는 그 세 여자들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고 만나는 동안 지속적으로 헤어짐을 권유받았다. 군대를 핑계 삼아 부대 안에서 전화로 헤어짐을 말했다.


그래 여기까지도 남동생을 둔 흔한 누나의 질투겠거니 했다. 사춘기를 조금 못 벗어난 스물 초반의 누나들의 질투.


사춘기도 없었고 반항 한 번 없던 귀한 아들이 서른둘 혼전 임신으로 세 여자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겼다.


그 남자의 첫째 누나는 옵션을 줬다. 아이가 걸리면 내가 키워 줄 테니 낳아서 데려오고, 여자가 걸리면 애를 지우고 결혼을 하라고 했다.


그 남자의 첫째 누나는 아이를 낳고 우울증이 심해 세 달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고 했다. 자신이 낳은 아이는 그 남자의 엄마에게 맡긴 채. 그런 사람이 귀한 아들의 아이는 ‘잘’ 키워 준단다.


저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는 임신한 나에게 저 말을 고스란히 전했다. 나에게 아이는 꼭 낳아 같이 키우자던 남자였다. 임신 확인 후 3개월 만에 여자 친구의 존재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던 그 남자는 첫째 누나의 말을 듣고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했다. 아이를 포기할지 말 지.


그 남자의 엄마는 결혼을 시키기로 마음을 잡았지만 막상 귀한 아들이 결혼을 하니 서러운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일 년을 넘게 우울증으로 약을 먹었다 했다. 앞에 있는 차를 박고 죽고 싶었다.


그 남자의 둘째 누나는 귀한 아들의 부인을 앞에 두고 어미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 이를 잡아 주듯 그 남자의 흰머리를 뽑았다. 그 남자의 나이 서른둘이었다.


얼마 전까지 내가 보았던 모습은 그 남자의 둘째 누나가 아침에 눈을 뜨고 아들~아들~부르며 아들을 찾는다. 귀한 아들은 달려가 둘째 누나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머리를 묶어준다. 그 모습을 보는 그 남자의 엄마는 말한다.


 “아들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몰라.”


그 남자가 넌지시 말했었다. 집안의 아들은 그 남자였는데 조카가 태어나고 세 여자들의 관심이 조카에게로 가서 섭섭했었다고. 그 남자의 첫째 누나는 자신의 아들이 생기고 그 남자를 아들이라 부르지 않았다 한다.


그 남자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가정이 생겼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 가장이 조카에게 세 여자의 사랑과 관심을 빼앗겨 기분이 이상했다고 한다.


성인이 되는 그 시점. 대학 전공을 정할 때도 그 첫째 누나가 알아보고 그 엄마와 둘이 결사반대를 하여 그 남자가 가고 싶은 전공을 포기시켰다.


사춘기가 없었다는 것도 그 남자의 아버지와 달리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것도 세 여자들에겐 큰 자랑이었다.


그 남자는 오랫동안 흡연자였고 그 세 여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매우 철저하게 흡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 남자의 첫째 누나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알바를 해서 귀한 아들의 옷을 사줬고 귀한 아들이 좋아하는 전자제품을 사줬다.


그 남자는 결혼을 하고서도 자기 아이가 생겼어도 첫째 누나가 부르면 곧장 달려갔다. 그 남자의 부인이었던 내가 아이 둘을 낳고 허리가 아파 이동이 어려워 누워있었다. 두 시간 정도 10살 조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말에 곧장 세 시간 거리의 S시로 갔다.


참 우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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