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 따라잡기
내 앞에 그 남자와 그 남자의 누나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 남자의 누나가 웃으며 말한다.
“리나 나한테 엄청 삐졌겠다. 어떻게 풀어주지?”
그 남자도 웃으며 말한다.
“핑크원피스 하나 사줘”
그 남자와 그 남자의 누나는 이 상황이 웃기는구나. 엄마 품에 꼭 안겨 있던 내 딸을 억지로 떼어가던 그 남자의 누나.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지르는 내 딸을 넘겨받아 올라가던 그 남자.
그리고 내 앞에서 그 둘은 시시덕거리며 말하고 있다. 웃기는구나. 4살 딸아이가 오열을 하였다. 아이 아빠라는 사람은 웃음이 나온다. 그 남자의 누나는 자식이 있는 여자라는 게 더 소름이 돋는다.
아침드라마 같은 모습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예쁜 우리 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내가 그동안 참고 보러 가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다. 사고 후 세 달이 지났다. 세 달 만에 만나는 우리 딸에게 이런 모습을 보였다.
순순히 나에게 아이를 보여줄 때 이런 것까지 계산하고 행동한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 남자의 온 가족이 17평 그 아파트에서 여자 하나 업신여기려고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나에게 안겨있던 우리 딸을 떼어가고 내 머리채를 뜯으러 내려왔다는 그 남자의 엄마는 내 사촌 동생을 보고 연기를 했다. 억울해서 뒷목을 잡고 주저앉아 실신할 것 같은…
“제가 윤이를 내 딸처럼 생각했어요.”
그 남자의 엄마는 알까? 저 말은 시어머니 짓을 단단히 한 사람들의 단골 멘트라는 것을.
“맥도널드가서 기다려.”
그 남자의 누나가 말했다. 같이 간 사촌 동생은 웃음이 나왔다. 맥도널드. 왜 이러는지 맥도널드에서 말을 하겠단다.
햄버거를 먹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남자의 누나는 아메리카노를 사 오라고 시켰다. 그 남자는 아메리카노 네 잔을 시켜왔다. 누나는 빨대가 없으면 못 먹는다는 말에 쪼르르 빨대도 꽂아준다.
왜 이혼을 하는지 그 남자의 누나가 내 앞에서 말하고 있다. 우리 엄마가 이혼하라고 해도 나는 기다리라고 했단다. 아. 예상대로 그 남자의 엄마는 그 남자에게 이혼을 지속적으로 말했구나.
그 남자의 누나가 말을 한다. 결혼 전부터 네가 싫었다고. 이혼을 왜 하는지 그 남자가 아닌 그 남자의 누나에게 듣고 있다.
아 나의 이혼은 정말 구질구질하겠다.
아이 아빠인 그 남자는 누나 뒤에 숨어 엄마 뒤에 숨어 이혼을 할 것이다. 그 남자의 누나가 말한다.
“물어볼 게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얘가 멀 알겠니 애들은 나랑 엄마가 키우는데.”
하.. 제발 나는 더 이상 그 남자의 여자들과 말하고 싶지 않다.